식사의 경계를 허물다… 외식업계, ‘공간의 역발상’ 경쟁
반려동물·상견례까지… 경험을 설계하는 외식 공간의 변신
외식공간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외식업이 맛과 가격 중심의 경쟁을 펼쳤다면 최근에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이용 목적에 맞춘 공간 설계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장소를 넘어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외식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외식업계의 차별화 전략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상권과 고객을 읽다… 지역 맞춤형 외식공간의 진화
대표적인 사례가 프리미엄 스시뷔페 브랜드 다이닝원 청량리점이다. 청량리 상권은 전통 재래시장 이용객과 신규 주상복합 입주민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중·장년층과 노년층 고객 비중이 높다. 다이닝원은 이러한 상권 특성을 분석해 메뉴 구성부터 매장 운영 방식까지 시니어 고객 중심으로 재편했다.
스시 크기를 조정해 취식 편의성을 높이고, 육사시미와 생연어 등 선호도가 높은 메뉴를 강화했다. 보쌈과 훈제오리, 중식 메뉴를 확대하는 한편 식혜와 전통차를 배치해 중·장년층 고객의 취향을 반영했다. 또한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직원들이 상시 대기하며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휠체어와 유모차 이동이 편리하도록 넓은 동선을 확보했다. 단순한 외식공간 운영을 넘어 지역 고객 특성에 맞춘 맞춤형 공간 전략을 구현한 것이다.
경험을 설계하는 외식공간의 변신
공간 활용의 역발상으로 주목받는 브랜드도 있다. 최근 일부 외식 브랜드들은 회식이나 가족 모임을 넘어 새로운 목적의 공간으로 활용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도로통닭은 넉넉한 테이블 간격과 다양한 규모의 좌석 구성을 바탕으로 단체 모임 수요를 적극 흡수하고 있다. 2인석과 4인석은 물론 단체석과 룸 공간까지 마련해 직장인 회식, 동호회 모임, 스포츠 경기 관람, 피로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견례 장소로 활용되는 사례다. 일반적으로 호텔이나 한정식집이 상견례 장소로 인식되지만, 최근에는 격식을 덜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치킨 전문점을 선택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실제 방문 후기에서는 “양가 부모님이 편안한 분위기를 원해 룸이 있는 치킨집에서 상견례를 진행했다”는 경험담이 공유되며 새로운 외식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외식공간이 음식 소비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려동물 동반 펫존..세분화된 공간 전략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대응한 공간 혁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매드포갈릭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점은 반려동물 동반 고객을 위한 독립형 펫존을 운영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외식해야 했지만, 이제는 반려견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 매장은 일반 고객 공간과 펫존을 분리해 운영하면서도 쇼핑과 외식, 반려동물 편의시설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했다. 반려동물 전용 메뉴 조리 공간을 별도로 운영하고, 위생과 안전을 위한 펫티켓 안내문을 비치하는 등 세심한 운영 시스템도 갖췄다. 반려동물을 단순 동반 대상이 아닌 하나의 고객으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공간 설계에 반영된 것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메뉴와 가격 경쟁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이용 목적을 세밀하게 분석한 공간 전략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