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ceo] ‘우리집처럼 편안한 맛’, 지역과 함께 성장하다
<우리가>
하경수 대표
Profile
변하지 않는 원칙으로 지켜온 본질
지리산과 덕유산을 잇는 1,200m급 고산 준령이 병풍처럼 둘러싼 경남 함양. 청정 자연의 중심에서 농업회사법인 ㈜우리가를 이끄는 하경수 대표는 ‘우리집처럼 편안한 맛’이라는 단순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기준으로 식품 제조업의 본질을 지켜오고 있다. 빠른 유행과 가격 경쟁이 반복되는 식품 시장에서, 그는 변하지 않는 원칙을 기준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좋은 재료를 고집하고, 공정을 줄이지 않으며, 계절과 지역의 흐름에 맞춰 생산과 유통의 호흡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선택은 냉면 명가로 축적된 기술을 사계절 경쟁력으로 전환시키는 동력이 됐고, 지역 농산물과 제조 시스템을 결합한 지속 가능한 식품 제조기업 모델로 구체화되고 있다.
냉면에서 시작된 확신, 기술을 이어가겠다는 선택
㈜우리가의 출발점은 냉면이다. 하경수 대표는 1994년 금성농수산식품 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국내 최초로 ‘금성 칡냉면’을 개발하며 냉면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다. 당시 서울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유천칡냉면>을 비롯한 주요 냉면 전문점에 칡냉면을 납품했으며, 이후에는 <금성칡냉면>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해 체인 사업으로까지 확장했다.
그러나 냉면 중심의 사업 구조는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었다. 계절적 특성상 매출이 여름철에 집중되고, 겨울철에는 구조적인 매출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집안 어른이 운영하던 금성농수산식품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냉면 제조 기술 역시 단절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하 대표는 이 시기를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집안에서 대를 이어 개발해 온 냉면의 맛과 기술만큼은 반드시 계승해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냉면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우리 집안과 제 인생이 시간 속에 쌓이며 만들어진 이야기이자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심을 바탕으로 하 대표는 2009년 농업회사법인 ㈜우리가를 설립했다. 이후 HACCP 6개 유형 인증을 갖춘 제조 시설을 구축하며, 냉면을 중심으로 한 종합 식품 제조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다졌다.
계절성이라는 구조적 한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넘다
하 대표는 냉면이라는 확실한 주력 상품을 갖추고 있었지만, 보다 안정적인 기업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선택한 해법은 단순한 품목 확대가 아닌, ‘계절을 확장하는 구조 설계’ 였다. 냉면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연중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었다. 대부분의 냉면 제조 공장이 떡볶이나 떡국 등 공정이 단순한 품목을 병행하는 것과 달리, 그 는 탕류라는 난도가 높은 선택지를 택했다. 공정은 복잡하고 원가 부담도 크지만, 그만큼 품질 격차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소비자의 재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첫 제품으로 선보인 갈비탕은 이러한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 대표는 “탕류는 재료와 공정을 숨길 수 없는 음식”이라며 “정공법으로 만든 제품은 결국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가의 탕류 제품은 대기업 제품 대비 가격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재구매율을 기록하며, 냉면 중심 구조의 계절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제조 공정에 대한 일관된 원칙이 있다. 삼계탕의 경우 반드시 초벌 데침 과정을 거친 뒤 첫 물을 전량 폐기하고, 새 물로 다시 끓이는 방식을 고수한다. 잡내와 불필요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이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하 대표는 단 한 번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그는 “공정 하나를 생략하면 효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남는다”며 “식품 제조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완성도”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기준은 육수와 양념장, 소스류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 원칙의 출발점은 내부 신뢰다. 하 대표는 “직원이 납득하지 못하는 재료와 공정으로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없다”며 “내부에서 먼저 확신을 가져야 소비자에게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 하나, 원료 하나에 대한 고집은 품질 관리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가 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이 만든 차별화, 지역과 성장하다
공정에 대한 원칙은 원재료 선택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우리가의 경쟁력은 단순한 제조방식이 아닌, 어떤 재료를 선택하고 어디에서 조달하느냐에서 비롯된다. 새송이버섯과 양파 등 주요 농산물은 경남 함양 지역 농가에서 직접 수급하며, 신선 재료의 상당 부분을 지역 농산물로 충당하고 있다.
뼈해장국에 사용되는 우거지는 국내 계약재배 방식으로 재배된 우거지용 배추만을 사용한다. 원료 수급 단계부터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선택으로, 안정적인 공급과 균일한 품질을 동시에 확보했다. 돼지뼈 역시 수입산 대신 지리산 함양 흑돼지를 고집한다. 살밥이 많은 수입 목뼈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하 대표는 지역성과 원재료의 신뢰도를 우선했다.
함양 흑돼지는 함양군과 경남도가 함께 육성한 지역 특화 자원으로, ㈜우리가는 이를 활용해 흑돼지 뼈해장국을 개발했다. 지역 농축산물과 식품 제조를 결합한 이 제품은 하나로클럽 PB 제품으로 선정돼 양재동 본점을 비롯해 일산·고양, 수원, 강북 등 전국 주요 7개 점포에 입점했으며, 향후 전국 단위 판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의 제품군은 면류, 탕류, 간편식과 소스류 전반으로 확장돼 있다. 밀면과 칡냉면, 평양·함흥냉면 등 면류 제품을 비롯해 삼계탕, 가마솥 갈비탕, 한우 가마솥 우족탕과 도가니탕, 매운 소갈비찜, 한우 사골곰탕과 설렁탕 등 탕류 제품이 주력이다. 여기에 지리산 흑돼지 국밥, 김치찌개, 고추장 불고기, 돈가스류와 쇠고기 장조림, 냉면 육수와 양념장 등 소스 제품군까지 폭넓게 갖추고 있다. ㈜우리가는 향후 다양한 소스류와 함께 건강식 콘셉트의 죽 제품 개발도 준비 중이다. 지역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원재료 전략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이는 다시 유통 채널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계절을 읽는 공장, 수요에 맞춰 움직이는 생산 구조
원재료 전략이 제품 경쟁력의 출발점이라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계절에 대응하는 공장 운영 구조다. ㈜우리가의 생산 시스템은 특정 품목이나 시기에 고정되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냉면과 관련 소스 라인이, 겨울철에는 탕류와 탕 전용 소스 라인이 주력으로 가동되며, 수요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전환된다.
이 같은 운영 방식으로 ㈜우리가의 연간 평균 공장 가동률은 7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계절 의존도가 큰 냉면 제조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안정적인 수치다. 하 대표는 “라인을 고정해 두는 것이 아니라, 시장 수요에 맞춰 돌리는 것이 핵심”이라며 “여름에는 냉면이, 겨울에는 탕류가 공장을 움직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냉면 생산 라인과 탕·소스류 생산 라인, 위생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시스템 역시 이러한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생산 전환 과정에서의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공정 표준화와 위생 관리 수준을 함께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유통을 넘어 해외로, 구조가 만든 확장의 방식
안정적인 공장 운영 구조는 매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로 이어졌다. ㈜우리가의 매출 구조는 특정 채널에 의존하지 않는다. 전국 도 단위로 구축된 대리점 네트워크를 통해 외식업 현장까지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대리점을 중심으로 한 식자재 유통 구조가 꾸준한 매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장 직거래 비중은 크지 않지만, 거래처 집중에 따른 리스크를 낮추는 데에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판매 채널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냉면, 탕류, 소스류 등 주요 제품을 판매하며, 외식업 중심 구조를 넘어 가정간편식(HMR)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는 유통 단계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한 OEM 생산은 또 하나의 성장 축이다. ㈜우리가는 가맹본사 전용 공정을 통해 갈비탕과 뼈해장국 등 주요 메뉴를 맞춤형으로 설계·생산하며, 단순 위탁 생산을 넘어 메뉴 기획과 운영 구조 설계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
하 대표는 “OEM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의 얼굴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라며 “각 본사의 콘셉트와 운영 환경에 맞는 메뉴 구조를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제품, 공정, 유통, OEM, 온라인 판매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구조는 계절성과 채널 의존이라는 식품 제조업의 고질적인 한계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제품 경쟁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확인됐다. ㈜우리가는 2016년 베트남으로 삼계탕을 수출하며 첫 해외 진출에 나섰고, 최근에는 현지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냉면과 육수, 비빔장 수출을 재개했다. ㈜우리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국내와 해외, B2B와 B2C를 잇는 다층적 유통 구조를 바탕으로 단기 매출 확대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윤보다 신뢰, 성과보다 환원이라는 선택
하경수 대표의 경영 철학은 언제나 사람을 향한다. 그는 “좋은 기업은 직원이 먼저 다니고 싶어야 한다”며 “함양에서 가장 다니고 싶은 회사, 이른바 ‘함양의 삼성’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가의 직원 수는 약 15명으로, 이 중에는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도 적지 않다.
근무 환경에 대한 투자는 이러한 철학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공장 내 휴게실과 구내식당, 체력단련 공간을 마련하고, 작업 동선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하 대표는 “직원이 만족해야 제품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사람이 남는 회사가 결국 오래 간다”고 강조한다.
하 대표가 말하는 기업의 목표는 분명하다. 매출보다 내실, 성장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이다. 그가 말하는 ‘성공한 기업’의 기준은 숫자나 규모에 있지 않다. 국민의 식탁을 안전하게 지키고, 초심을 잃지 않은 정직한 맛으로 꾸준히 성장하며, 그 성과를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것. 함양 지역과의 상생, 고용 창출에 대한 책임 의식도 그 연장선에 있다. 매달 면사무소와 연계해 취약계층 가구에 음식을 후원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냉면을 나누는 일 역시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실천이다. 독립운동가였던 증조부와 조부, 그리고 재산을 몰수당한 가족사를 지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출발했던 아버지 세대의 기억은 그의 경영 철학에 깊이 스며 있다. ‘항상 나누자’ 는 그의 말처럼, 이 기업의 성장은 혼자만의 속도가 아닌 함께 걷는 방향을 향해 있다. ‘우리 집처럼 편안한 맛’으로 계절을 넘기며, 지역과 사회 속에서 오래 살아남는 기업. 그것이 하경수 대표가 그리는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