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차액가맹금, 계약 없으면 부당이득”…프랜차이즈 업계 ‘긴장’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물류 마진 구조에 대해 사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유사한 계약 구조를 가진 다수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소송 리스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15일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피자헛 본사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가맹점주들로부터 수취한 약 215억 원 규모의 차액가맹금을 부당이득으로 판단받고 반환해야 한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원부자재를 가맹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도매가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 남기는 유통 마진을 의미한다. 판결에 따르면 피자헛은 이 방식으로 가맹점당 연평균 약 2,600만 원을 수취했으며, 이는 가맹점 매출 대비 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피자헛만의 문제 아니다”…확산되는 소송 전선
이번 판결은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치킨, 버거, 커피, 아이스크림 등 다수 프랜차이즈 업종에서 유사한 물류·유통 구조가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BBQ> <bhc> <교촌> <굽네> <맘스터치> <버거킹> <배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등 20여 개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이 이미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연루돼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메가MGC커피 가맹점주들 역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예정 가맹점주 수만 1,000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소송 규모와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협회 “산업 붕괴 우려”…가맹점주 단체 “환영”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차액가맹금 수취 여부를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부당이득으로 본다는 판단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자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을 뿌리째 흔드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특히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강조했다. 가맹점 10개 미만 브랜드가 전체의 72%, 100개 미만 브랜드가 96%에 달할 정도로 영세·중소 브랜드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유사 소송이 확산될 경우 줄폐업과 고용축소 등 심각한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매출 162조 원 규모의 프랜차이즈 산업과 134만 명의 종사자, 나아가 K-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가맹점주 단체는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관례처럼 수취해 온 차액가맹금의 부당성을 사법부가 명확히 확인한 판결”이라며 “부당한 필수품목 지정과 과도한 유통 마진 수취 관행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차액가맹금 자체가 아니라 ‘계약 없는 수취’”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의 의미를 보다 정밀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서민교 맥세스컨설팅 대표는 “이번 판결의 핵심은 차액가맹금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이 아니라, 계약서에 근거 없는 금전 수취는 부당이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대법원은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받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돼 있어야 하고 ▶산정 방식이 투명해야 하며 ▶가맹점주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동의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며 “결국 문제는 ‘차액가맹금의 존재’가 아니라 ‘계약 없는 징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업계는 계약 구조와 수익 모델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물류 마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로열티 체계의 투명화, 계약서 명시 강화 등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동시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신뢰 회복이 향후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