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상권분석] 철공소와 예술이 공존하는 문래동, 산업유산에서 문화예술 상권으로의 변신

2025-07-21     오화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은 한국 경제성장의 심장부 역할을 했던 철강산업단지에서 독특한 예술 문화 상권으로 변모한 대표적인 사례다. 1960년대부터 경인대로변을 중심으로 1,300여 개의 소공인업체가 모여 형성된 이곳은 "철로 된 것은 무엇이든 만드는 곳"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2000년대 초반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와 제조업 침체로 많은 철공소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 이때 홍대와 신촌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저렴한 임대료를 찾던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여 들면서 문래예술촌이라는 독특한 골목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문래동은 남아있는 철공소와 조각, 일러스트, 서예,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공간, 그리고 식당과 카페가 혼재하면서 제조업과 예술·먹거리가 융합된 특별한 감성의 상권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 문래예술공장이 개관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지원센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레트로와 뉴트로 감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장소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문래동의 임대료는 상권 형성 초기 대비 1.5~2배 가량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년 기준 문래창작촌 인근 상권의 평균 임대료는 약 20㎡(7평)에 보증금 500~1,000만 원, 월세 50~70만 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문래창작촌과 문래동2가, 문래동3가를 통틀어 대략 3.3㎡(1평) 당 월 15만 원선에 형성되어 있다.

실제 매물 조사 결과를 보면, 문래창작촌내 132㎡(40평) 규모는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400만 원(부가세별도)이며, 복합상가 135.5㎡(41평) 규모는 보증금 8,000만 원, 월세 540만 원(VAT별도) 수준이다. 소규모 상가 66㎡(20평) 내외의 경우 보증금 1,000~2,000만 원, 월세 80~120만 원으로 형성되어 있어 여전히 다른 핫플레이스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특히 문래동4가 일대는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1평당 7~8만 원 선에 형성되어 있으나,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어 장기 임차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권리금 부담 완화, 창업 기회로 활용하라

문래동의 권리금 상황은 창업자들에게 상당히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2018년 기준 A 급 입지의 경우 10평(33㎡) 기준 권리금이 1,500~2,000만 원대로 형성되었으나, A급 입지가 아닌 대부분의 매장에는 권리금이 없었다. 최근에는 몇몇 공장이 이전하면서 권리금 없이 처분하는 매물들이 종종 생겨 권리금 부담은 크게 없는 분위기다. 일부 매물의 경우 “권리금 500만원” 정도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권리 상가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초기 창업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래동 상권의 주요 고객층은 20~30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예술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주를 이루며, 특히 MZ세대들이 감성적인 공간과 독특한 분위기를 찾아 방문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지역 주점 및 음식점업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36.7% 올랐고, 전체 유동인구는 17만 4,002명으로 전년대비 약 8.8% 늘어나 상권 범위와 매출액, 유동인구가 모두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래역 상권의 매출액은 2023년 2019년 대비 59% 증가하며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증가율이 36%로 다소 둔화했지만 장기적인 상승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안정적인 상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8일까지 개최된 ‘2025 문래아트페어(MOAF)’는 문래동 상권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는 약 240여 명 작가의 700여 작품이 전시되었으며, 참가 작품 중 30% 이상이 신진·청년작가 작품으로 구성되어 젊은 예술 가들의 활동 무대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정기적인 문화 행사들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문래동만의 독특한 예술적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감성카페, 편집숍으로 승부하라

문래동의 독특한 특성을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창업 업종은 감성 카페 및 복합문화공간이다. 문래방구와 같은 카페+공방 복합 운영 모델이나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카페가 결합된 형태가 특히 성공 가능성이 높으며, 굿즈 판매, 클래스 운영 등 부가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또한 가죽공예, 드로잉 클래스 등 손작업 체험을 제공하는 소규모 공방 및 체험 공간도 원데이 클래스 운영으로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2순위로는 독립 서점 및 편집숍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아트북, 독립출판물 중심의 서점이나 로컬 아티스트 굿즈 판매, 소규모 전시 공간을 겸용하는 형태가 적합하다. 문래동 특유의 가맥집 문화를 활용한 요리주점 및 감성 음식점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으며, 오돌뼈 볶음, 항정 수육 등 안주류 전문점이나 이국적 요리를 제공하는 소규모 레스토랑도 고려해볼 만하다.

문래동은 천천히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 않아 부작용이 크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선제분 복합문화공간 조성과 문래동 일대 지식산업센터 건립 등의 개발 호재로 인해 유동인구 증가가 예상되어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문래 SKV1 센터와 같은 지식산업센터들이 들어서면서 평일 업무를 보는 회사원 수천 명의 고정수 요가 발생하여 실질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정부의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로 개발 사업성이 높아져 향후 임대료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문래동4가의 경우 재개발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재개발이 추진 중이어서 장기 임차 시 주의가 필요하다. 영등포구가 문래동 철공소 1,279개소를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인근으로 일괄 이전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상권의 성격이 변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바이앤셀파트너스 이종욱 팀장은 프랜차이즈 양도양수 창업 및 신규 창업 인큐베이팅 전문가. 前창업전문가 그룹 CERI의 수석 팀장을 역임했으며, 창업 상권분석, 매출분석, 자료수집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창업자를 위한 수익분석과 점포개발, 경영관리, 상권분석부터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지원한다.  e-mail freeman03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