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시간에 대한 배려
외식경영 노하우
음식점에서 배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바로 ‘고객들의 시간’이다. 특히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간혹 이런 부분들이 간과된 체 운영이 되는데 ‘시간에 대한 배려’는 꼭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번 호는 음식점에서 고객의 시간 배려에 따른 태도에 대해 알아본다.
120분의 기다림에서 생각한 것
구이를 맛있게 한다고 해서 소문이 난, 그것도 모두가 ‘찐맛집’이라고 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명해서 한번은 가고 싶었다. (‘찐맛집’의 기준은 무엇일까?) 도착했을 당시 웨이팅이 무려 40팀이었다.
(소문대로였다.) 내가 41번째 대기 손님으로 기기에 등록됐다. 기기에 등록하면 자리가 날쯤 카카오톡으로 메시지가 온다. 40팀이면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입장할 수 있을까?
그날 정확히 2시간을 기다렸다. 30분 정도 지나니 ‘돌아갈까’를 생각했고, 1시간이 지나니 오기가 발동했다. 1시간 이후 마음은 불편함으로 가득했고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오기가 발동했다.
식사 시간이라 배가 고픔을 참지 못하고 분식집에서 요기까지 했으니 그 시간은 인내심을 발휘하는 시간이었다. 무엇을 먹고자 했던 걸까? 오기가 생겨서 기다렸으나 2시간의 기다림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매장 안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빈자리도 제법 있었고, 직원들의 움직임도 바빠 보이지 않았다. 빈 테이블을 그대로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매장 안에 연기가 차서 그런가? 의도적으로 기다리게 하는가? 고기를 직접 발골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가?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기다렸다)
이러는 사이 2시간을 흘렀고 결국 테이블에 앉았으니 입맛은 마음보다 덜했다. 먹기는 먹었으나 기다림에 대한 보상치곤 부족하다는 생각에 별다른 감흥도 없었다. 돌아 나오면서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지배했다. 물론 다시 가지 않을 확률이 95%를 넘는다.
음식점이 해야 할 시간 관리
‘고객들은 모든 경험의 총합으로 음식점을 평가한다.’ 그래서 내가 방문한 이곳 음식점, 2시간을 넘게 기다리게 한 음식점은 콘셉트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지 모르나 종합적 경험에서, 전반적인 만족도나 재방문의도는 제로 지점에 가깝다.
결코 맛있음의 한가지, 서비스 좋음의 한가지로 고객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시간으로 보면 30분 정도의 기다림을 넘어가면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머릿속이 평온함에서 불만이나 분노로 바뀌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고객이 퇴점한 테이블은 최대 3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지저분한 테이블을 고객들에게 보이는 것도 좋지 않거니와, 고객의 기다림을 줄이기 위해서 더더욱 그러하다. 많은 음식점에서 테이블 치우기를 3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상황이 허락하면 즉시 치우는 것이 가장 좋다.
음식은 어느 정도의 시간에 나오는 것이 적절할까? 실험을 통해 살펴보았더니 고객들은 15분이 넘어가면 ‘시간에 대한 불만족’이 생긴다. 따라서 최대한의 시간이라 하더라도 15분을 넘지 말아야 한다. 15분이 넘어가면 불만이 생기고 초조해지며, 20분이 넘어가면 분노하게 된다.
특히 직장인의 점심시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앉자마자 바로 나오는 것도 고객을 조금 의구심으로 몰아 넣는다. ‘미리 만들어 둔 것 아니냐’는 의심도, 급식 배급하듯 음식을 준다는 생각도 들게 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도착하면 물을 내어주고, 주문을 받고 찬을 내어주며, 적어도 3~4분 있다가 음식을 내어주면 가장 이상적이라 하겠다.
가시비의 중요성
기다리는 시간은 어떠할까? 기다리는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최소한 고객을 빠르게 안내하고, 빠르게 음식을 즐기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이라 할지라도 30분 이상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좋지 못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시비’라 정의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가격 대비, 맛대비 시간에 대한 배려로 느껴지는 성질의 것. 이걸 ‘가시비’라고 한다면 적어도 30분은 넘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날 2시간, 120분의 시간을 기다렸다. 나의 마음만큼 직원들은 분주하지 않았고, 테이블은 빈 채로 운영되었다. 고객은 매장 상황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운영되는지 모른다.
2시간을 기다리고 30분 식사를 했다. 2시간이면 영화를 한 편 볼 시간이며, 책을 반 권 정도 읽을 시간이다. 고객들에게 제법 많은 시간이며 중요한 시간이다. 기다림으로 식사를 하다 보니 음식이 맛있을 리가 없다. 항상 음식점을 방문하고 나면 몇 시간 후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판단한다. 그 집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집이었다. ‘가시비’가 떨어지는 집이었다. 내 시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시간에 대한 배려와 관리도 필요하다. 자주 언급하지만 음식점은 한 가지의 요소로 성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면 ‘시간 관리’도 필요한 요소이다. 고객의 시간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음식점, 아무리 유명해도 다시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음식점은 재방문을 먹고 산다. 재방문이 없는 음식점 긴 호흡으로 보면 성공하기 힘들다.
외식경영학 박사 박진우 『골목식당 우문현답』, 『외식경영노하우』, 『직장인 레시피』 등의 외식경영 관련 저서를 펴낸 박진우 박사는 현재 외식기업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외식업은 가슴으로 하는 사업이며, 구성원들의 조직문화와 외식의 기본인 QSC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외식업에 한가지라도 기여를 하고 죽자는 생각으로 외식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외식기업을 운영하고, 외식관련 글을 쓰고 있다. ‘외식 좀 하는 남자’가 되고자 한다고 한다. e-mail jinair21@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jinai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