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없다
<충무기획> 김영수 대표
<충무기획> 김영수 대표는 20년째 일간지만 3종류를 읽고 있다. 인터넷으로는 뉴스를 읽지 않는데, 핫뉴스라고 본 것도 몇시간 후면 찾아보기 어렵고 눈도 쉽게 피로해진다. 신문은 종일 찬찬히 읽을 수 있고, 스크랩을 해두기도 편하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만큼 출판물에 대한 신뢰도는 인터넷 매체와 비할 바가 아니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출판시장은 전례 없는 격변기에 들어섰다. 일반 도서는 이북으로, 만화는 웹툰으로, 잡지와 사보들은 유튜브로 이동하면서 출판물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출판물 발행이 줄어들면서 인쇄 시장도 격변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월간 <창업&프랜차이즈>를 인쇄하며 조언을 해주신 <충무기획> 김영수 대표를 만나 소회와 함께 출판 및 인쇄 시장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기술 노하우라는 자신감
출판물은 줄었지만 인쇄물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다른 형태를 가진 인쇄물로 트렌드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수십 년전, 인터넷이 확장되고 PC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이메일로 문서가 오가니 종이는 필요없다고 예측했지만, 오히려 문서를 프린트하면서 종이 매출이 껑충 올랐다는 얘기처럼. 덕분에 <충무기획>은 2교대로 부지런히 기계를 돌리고 있다.
<충무기획>은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복주머니 패키지나 종이봉투, 종이접시 등을 비롯해 회사 전용 여권 등 특별한 상품을 제작하고, 밀키트 띠지, 테이블 매트 등 다양한 인쇄물을 제작한다. 특히, 약품과 관련된 인쇄물은 <충무기획>의 장기로 꼽힌다. 약을 넣는 갑마다 들어가는 제품설명서와 약품 패키지도 인쇄를 한다.
패키지를 잘 보면 면마다 질감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기술 노하우에 따라 바라는 모습이 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김영수 대표는 바로 이 기술 노하우를 갖고 있다. 아무나 갖고 있는 기술이 아니라서 내 사업을 하면 망하진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고객이 생각하는 완성품에 대해 종이를 접는 방식이나 종이질, 접착 방법 등 ‘어떤 걸 하면 어떤 효과가 있고, 얼마가 든다’라며 견적을 내줘야해요, 그런데 지금 이걸 한 눈에 파악하고 조언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종이도 수천 가지, 컬러도 수천 가지인데 이중에서 원하는 대로 찾아주는 기술자나 인쇄소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능력이 곧 비전
형님이 인쇄소에 다녀서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온 김 대표는 잠깐 다른 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이내 인쇄의 길로 돌아왔다. 박봉이긴 해도 인쇄소에선 지루할 틈이 없었다. 좋아하는 일이지만 김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자가 될 생각까진 없었다.
그런데 일을 잘 하는 김 대표가 책임자 위치에 오르자 그를 지켜봐온 거래처와 동료들이 ‘네가 하면 잘 할 거다’라며 창업을 권했다. 때마침 회사가 문을 닫게 됐고, 김 대표가 인수하면서 한 기업의 대표가 됐다.
돈이 있어서 한 창업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은 상황이었다. 몇 년을 알고 지낸 선배가 구매 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갔는데, 처자식마저 버리고 종적을 감췄다.
결국 창업 자금은 김 대표가 가진 1,000만 원에 나머지 9,000만 원은 선후배들에게 빌려서 마련했다. 김 대표를 잘 아는 선후배들이 그의 능력과 비전을 믿어준 덕분이었다.
100살까지 일하기
“저는 창업하려는 분야에서 체험이든 공부든 3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아이도 친구랑 창업한다고 지원해달라기에 그걸 왜 돈 주고 하니? 돈 받고 해라 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김 대표는 지금이 출판 시장의 대격동기라고 이야기 한다. 지금은 옵셋 인쇄와 디지털 인쇄를 함께 하고 있는데 2, 3년 지나면 시장이 더 크게 바뀔 것 같다는 예측이다. 결국 디지털 인쇄만 남게 될 거고, 그때가 되면 기계를 정리하고 작은 사무실에서 혼자 디지털 인쇄를 할 결심을 하고 있다.
37살에 결혼했는데 그때 나이 많다고 돈을 더 주는 게 아니란 걸 깨닫고 기술에 집중했다. 덕분에 61세인 지금, 친구들은 진작 은퇴했지만 김 대표는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70살, 80살 돼도 혼자서도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96세 인도 출판사를 아직까지 운영하는 분이 계셔서 롤모델로 삼고 있다. ‘사장님 전 100살까지 일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농담처럼 한 말은 구체적인 계획이자 앞으로의 목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