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를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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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를 위한 나라는 없다
  • 창업&프랜차이즈
  • 승인 2016.11.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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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시작은 개미에게 눈물겨운 실패를 불러온다. 그러나 막을 수도 없고, 개인 투자자가 기관의 정보력을 따라갈 수도 없다. 공매도의 공격을 피해가기 위해 개미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기업의 내재가치를 파악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해야 한다. 개미를 지켜주는 나라는 없다. 결국, 자신이 지키는 수밖에.

지난 9월 30일. 한국증시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제약 대장주인 한미약품이 9월 29일 장 마감 후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뒤 다음날인 9월 30일 오전 9시30분경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를 했다. 이로 인해 한미약품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전날 공시에 들떠서 장이 개시되자마자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인 개미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하게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보았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악재성 공시로 한미약품의 주가가 급락한 당일 공매도 세력은 1주당 최대 20%가 넘는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물론 국민연금의 한미약품 주식의 대여물량이 9월 30일 하루 43000주였는데 그중 31000주가 악재공시 직전인 9시 29분 이전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공매도(空賣度)
글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5만원인 주식 1000주를 가진 주주 A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투자자 B가 A에게 주식 1000주를 일정한 기간동안 빌리겠다고 한다. 그러고는 빌린 주식을 전량 매도해서 5000만원을 손에 넣는다. 이제 주식을 판 투자자 B는 주가가 내려가길 기다린다. 주가가 4만원으로 내려갔다. 투자자 B는 이 주식 1000주를 다시 사서 약속대로 A에게 돌려준다.
결국, 주식의 숫자는 같지만 5000만원을 벌고 4000만원으로 A에게 다시 주식을 돌려준 B는 1000만원의 이익을 남기게 된다.
주주 A는 왜 자신이 가진 주가의 하락을 예상하면서도 기꺼이 주식을 빌려주는 것일까? 결국, 보유주식의 수는 변동이 없지만, 투자자 B에게서 대여의 대가로 일정의 대가를 받을 수 있기에 별 부담 없이 수수료장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어떻게 주가가 내려갈 줄 알고 주식을 대여해서 팔아버릴까?
작년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있었다. 공매도와 주가하락과의 상관성을 분석한 기사였는데, 이 기사에서 공매도가 많이 발생한 주식일수록 주가가 자주 하락했다는 것이다. 하락한 비율은 90%에 달했다. 공매도를 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 얘기이다. 공매도 세력이 보통 대량 매도를 하므로 특별한 호재가 없으면 주가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매도가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면 당연히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 때에도 악재공시 전날인 9월 29일 밤에 카톡으로 악재공시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공매도 여부는 거래일 이후에 공시되기 때문에 개미들은 절대로 이런 내용을 알 방법이 없다.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공매도가 시작하면 개미는 실패한다
일단 공매도가 시작되면 개미들의 투자는 실패로 달려간다. 물론 주가가 상승한다면 앞의 투자자 B는 손해를 보겠지만, 공매도 세력들은 주가가 휘청거릴 정도로 물량공세를 하기 때문에 작전의 성공률이 90% 육박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나왔다던 기사에 인용된 한 종목의 경우 공매도 비중이 18.69%에 달했다. 전체 물량의 20%에 가까운 양이 주가하락을 바라보고 들어온 물량인데 과연 그 대세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까?
공매도는 힘이 약한 개인은 사실상 할 수가 없다. 개인과 기관의 정보격차 때문이다. 공매도는 그럼 투기목적의 나쁜(?) 세력들만 이득을 보는 수단일까? 그렇지도 않다. 이번에 불똥이 튀었던 국민연금을 예로 들어보자. 국민연금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기관 투자자에게 빌려준 물량이 2억주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직접 공매도를 하지 않지만 다른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에게 빌려준 주식의 상당수가 공매도에 이용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실상이다. 애초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허용한 취지는 주식을 그냥 보유만 하고 있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굴려서 이익을 내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2015년에는 190억원, 2014년에는 146억원 그리고 2013년에는 98억원에 이르는 대여이자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행태가 개미들에게 미친 손실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그럼 이렇다고 공매도가 사라질까?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공매도가 비이상적인 주식 상승을 제어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공매도 투자와 물량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으니 개미들이 적절한 시기에 주식을 팔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론 기관 투자에서 상승을 노리고 투자를 하면서 리스크 헷지를 위해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개미들은 기관의 정보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렇다면 개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은 정석적인 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제도의 개선을 논하기에는 믿을 구석이 없고, 정말 기업의 내재가치를 잘 파악해서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투자를 해야만 한다. 내가 혹할만한 정보라면 이미 모르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널리 퍼져있는 정보일 것이다. 기관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가자. 개미를 지켜주는 나라는 없다.

 

강경완 W에셋 지점장은 국민대학교 마케팅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언론사와 각종 강의를 통해서 솔직하고 정확한 금융의 이면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뜬구름 잡는 기존의 재무설계에서 벗어나 삶을 가장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설계 상담을 하고 있으며 이패스코리아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www.facebook.com/hellohog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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