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정혜선, "예술은 매력을 연출하는 과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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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 정혜선, "예술은 매력을 연출하는 과정이죠"
  • 창업&프랜차이즈
  • 승인 2016.05.24 15: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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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선  무용가

정혜선 안무가는 중학교 때 국립국악고 모집요강을 보고 특별한 준비 없이 한 달 만에 합격했다. 국립국악고에서 작곡의 천재로 주목받고 서울대 음악대학에 진학했으나, 이번에는 ‘춤바람’이 나서 가수 백지영 백댄서, 뮤지컬 배우, 오페라 댄서 등을 했다. 10년 정도 춤을 추다가 나중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들어갔다. 지금은 뮤지컬 안무를 담당하면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예술이 좋아 선택한 길
정혜선 안무가는 초등학교 때 무용을 했지만 부모님이 전공자의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국악고 입시요강을 보고 예술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다. 자신이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합격 여부는 걱정하지 않았다.

국악고 실기시험은 ‘시창’과 ‘청음’으로 치러진다. 시창은 제시된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부르면 된다. 청음은 들려주는 노래를 악보에 적어야 한다. 정 안무가는 “나는 악보 보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으므로 시창에서 점수를 받지 못했다. 청음은 들리는 대로 받아 적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실기시험의 청음 파트와 연합고사(고입선발고사)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국립국악고에 합격했다. 청음 실기시험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고 음표를 그리게 한다.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해낼 수 없다. 음악대학에서 4년을 공부해도 안 되는 사람은 안 된다.

정 안무가는 아무것도 모르고 국악고에 들어갔을 때도, 36살에 무용원에 입학했을 때도 이것을 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데 몇 살이 되면 남이 나를 인정할까, 차라리 지금까지 하던 것을 계속 해야 할까 같은 고민은 하지 않았다. 그저 즐거워서 춤을 췄더니 나중에는 교수님께서 돈 때문에 휴학하지 말라고 학비를 주셨다.


예견된 반전은 매력 없어
이렇게 일생을 예술과 함께 살아온 정 안무가가 생각하는 매력은 어떤 것일까. 그는 매력의 첫 번째 요건으로 ‘원초적 반전’을 언급했다. 여기서 원초적 반전이란 통념이 지배하는 매력의 요소들을 거부하고 본래의 생명력에 대한 추구를 가리킨다. 

그는 “인간은 매력에 대해 사회적인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어떤 교육을 받는가에 따라서 매력을 느끼는 양상이 달라진다. 기성언론과 부모교육, 근대학교는 정형화된 매력을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보니 예전 시대에는 매력이었지만 지금은 매력이 아닌 것들이 수두룩하다”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순간 인간은 매력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러한 반전마저도 이미 상품화되고 학습되어버렸다. 얌전해 보이는 여자가 춤을 잘 추거나, 폭력적인 건달에게 순정이 있거나 하는 예가 많다”고 한다.

정 안무가는 원초적 반전의 예로 연예인 이하늬를 지목한다. “나는 이하늬에게서 원초적 반전을 느낀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건강함과 생식력에 매력을 느낀다. 퇴폐미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작용이 있기에 나오는 반작용이다. 생명력이 충만해 보일 때 나오는 원초적인 매력은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아주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몰입해야
정 안무가는 또 순수한 마음으로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사람은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매력은 억지로 연출하려고 하면 그것은 이미 매력적이지 않다. 아이나 동물이 매력적인 이유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고, 있고 싶은 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술활동도 마찬가지여서, 공연자가 자신의 작품에 몰입하고 헌사하면 매력적이지만 자신을 돋보이는데 집중하면 매력이 없게 마련”이라며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던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자아를 놓지 않고 만지작거리면 아무리 정교해도 매력이 없다”고 강조한다.

정 안무가는 매력의 또 다른 키워드로 완결성을 언급한다. 그는 “학창시절 작곡을 공부할 때 건축을 하듯이 곡을 써야 한다고 배웠다. 정말 필요한 벽돌은 빠짐없이 들어있지만 불필요한 벽돌이 단 한 장도 없어야 잘 지은 건물이다. 곡을 쓸 때도 정말 필요한 음은 빠트리지 않고 쓰되 불필요한 음은 하나도 쓰지 않아야 매력적일 수 있다”며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류’라는 음식점을 가보면 인테리어부터 종업원 복장까지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는 완결성을 보여준다. 사업을 벌일 때 이것저것 욕심을 내서 잘 맞지도 않는 것을 덧붙이다보면 이도저도 아니게 돼버린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정 안무가는 모든 매력에는 스토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즉, 대중매체는 상품화하기 편한 이미지적 요소로 매력을 한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보이는 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그는 이어 세상의 많은 부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움직이며 결국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사연’ 이라며 말한다. “그래서 나는 빤한 해피엔딩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해피엔딩을 교육받지만 실존하는 세상은 잔인하고 교활하며 인간은 언제 어딘가로 휩쓸려 떠내려가 비극을 맞이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지키며 생존하려는 인간의 처절한 사연들, 그만한 매력은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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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훈 2022-01-02 23:24:24
너무 늦게 기사를 보았네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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