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버거에 대한 <맥도날드>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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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버거에 대한 <맥도날드>의 응답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10.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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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맥도날드(유)는 8월 11일 기자들을 초청해 체험행사를 열고 슬로푸드 개념의 ‘시그니처 버거’를 소개했다. 시그니처 버거의 특징을 요약하면, 기존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좋은 재료를 쓰고, 고객이 터치스크린을 눌러서 맞춤식 주문을 하며, 이전보다 비싼 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 악화에 고민하는 <맥도날드>가 한국 시장에서 ‘슬로푸드’로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제버거의 진실과 거짓

▲ <맥도날드> ⓒ사진 최윤영 기자

기자들을 위한 체험행사가 열린 다음날인 8월 12일,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버거가 나왔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수많은 매체가 한국맥도날드(유)가 보내준 보도자료와 사진을 거의 그대로 실었다. 수많은 매체들이 판에 박은 듯이 보도한, 시그니처 버거에 대한 <맥도날드>의 마케팅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시그니처 버거는 프리미엄 수제버거다. 두 번째, 시그니처 버거를 위해 전담 셰프를 영입했다. 세 번째, 터치스크린을 통해 재밌게 주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그니처 버거가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몇 가지 넘어야할 과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제기한 의문은 첫째, 수제버거라고 볼 수 있는가. 둘째, 점포마다 요리사가 있는 것이 아닌데 셰프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셋째, 고객이 추가비용을 지불해가며 터치 디스플레이로 메뉴를 고르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것인가이다.
대중들은 대체로, 프랜차이즈 및 체인점 형태의 업체 점포에서 파는 햄버거는 수제로 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빵, 패티, 채소 등을 손질된 상태로 공급받았으므로 주문 후에 조립하고 가열했다고 해서 수제버거일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도니버거> 등 몇몇 업체가 수제버거를 마케팅 포인트로 정했다가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포기한 전례가 있다.
<맥도날드> 측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고객의 주문에 따라 내용물이 달라지고 손으로 조리하므로 수제버거로 지칭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서비스와 음식의 품질을 질적, 양적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이를 보증한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수제버거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에 셰프가 있다는 의미
<맥도날드> 측은 “<맥도날드>에 셰프가 있다”는 홍보 문구 역시 프리미엄 서비스를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시그니처 버거 출시 과정에서 최현정 한국맥도날드 셰프 및 메뉴팀장이 연구 및 개발을 담당했다. 최 팀장은 요리를 전공하고 요리와 관련한 실무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한국맥도날드(유)의 최 팀장 영입은 <맥도날드>가 가진 정크푸드의 이미지를 탈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맥도날드>의 셰프 마케팅은 고객들에게 얼마나 재미를 선사하는가에 따라 효과의 정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홍보실 관계자는 “<맥도날드>에 셰프가 있다는데 어떻게 마케팅을 전개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진지한 마케팅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요즘 현명해진 고객들은 어설픈 보여주기식 마케팅을 외면한다”며 “<맥도날드>가 셰프라고 하지만 가맹본부에서 매뉴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분이다. 셰프가 요리사라는 뜻인데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좀 더 고급 재료로 만든 햄버거를 먹을 뿐이다. <맥도날드>에 셰프가 있다기보다는 ‘요리 전문가가 시그니처 버거 개발을 담당했으니 맛과 건강을 보장한다’고 있는 그대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사진 최윤영 기자

흥미로움과 번거로움의 차이
시그니처 버거는 일단 비싸다. 주력메뉴인 ‘나만의 버거’ 가격이 단품 7500원이고 세트메뉴의 경우 1400원 추가, 베이컨 같은 부가토핑을 더하면 1만 원이 넘어간다. 개인이 운영하는 수제버거 전문점을 이용할 수 있는 가격대다. <맥도날드>는 개인이 운영하는 수제버거 전문점과 비슷한 돈을 받고서 시그니처 버거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맥도날드> 측은 고객이 터치식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므로 기존 수제버거 전문점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발맞춰 앞으로는 휴대전화에서 미리 주문할 수 있게 하고, 지난번에 고객이 선택한 메뉴를 자동으로 추천하는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시그니처 버거의 터치식 디스플레이 주문방식은 고객이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음식점에서 재료를 선택하는 일을 번거롭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시그니처 버거 역시 모든 재료를 고르다보면 처음 몇 번은 신기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번거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웰빙 개념의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가 북미 시장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에 론칭했으나 실패하고 2006년에 부도를 낸 적이 있다. 재료를 고객이 직접 선택해야 하는 방식을 한국 소비자들이 꺼려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해외에서 <서브웨이>를 접해본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작은 매장 중심으로 다시 가맹점을 늘려가는 추세다.
<맥도날드> 측은 터치식 스크린이 고객에게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으며 혹시 모든 재료를 선택하기가 번거롭다면 선택과정을 생략한 추천버거를 주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키오스크의 터치식 스크린이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고 고객이 서비스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가 앞으로 경쟁력을 가질 전망”이라며 “재료를 선택하는 방식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은 선택 과정을 생략한 3가지 추천버거를 주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시그니처 버거의 탄생은 <맥도날드>에게 커다란 모험이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가 슬로푸드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맥도날드>는 이제 왕년의 <맥도날드>가 아니다. 주문한지 5분 만에 음식이 나오는 식당. 미국 버거 시장에서 <맥도날드>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것이었다. <맥도날드>의 실질적인 창업자 레이 크록(Ray Kroc)은 외판원이었기에 시간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가격 대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던 버거 시장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경쟁자들이 음식이 아니라 쓰레기라고 비판했지만, <맥도날드>는 편리함(Convenience)을 팔아 글로벌 1등의 자리에 올랐다.
시그니처 버거의 등장은 <맥도날드>가 만들어 낸 한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다. <맥도날드>는 근래 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계속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5% 감소한 47억 5800만 달러에 그쳤다. 3만 6000여개 점포가 있는 거대기업에게 실망스러운 수치다.
<맥도날드>의 몰락은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북미시장을 보면 <서브웨이>가 웰빙으로 <맥도날드>의 고객을 빼앗아갔고 이제는 <서브웨이>마저 더 고급화된 브랜드에 시장을 내주는 형편이다.
신흥시장에서 <맥도날드>는 한 때 고급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바쁘거나 지갑이 가벼울 때 불가피하게 찾는 곳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24시간 영업, 3000원대 아침 메뉴, 2000원 버거 등 고급화와 대척점에 있는 경쟁전략이 주를 이뤘다.
업계에서는 <맥도날드>가 슬로푸드를 선언했지만 성공 여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표정이다. 웰빙이라는 브랜드 포지션을 가지고 시작한 <서브웨이>와 달리 <맥도날드>는 ‘정크푸드’로 대변되는 기존 사업과 ‘시그니처 버거’를 함께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마치 노키아가 하나의 브랜드로 저가폰과 고급폰을 함께 밀어붙이다 실패한 사례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저가폰 시장을 대변하던 노키아가 고가폰 시장을 공략하려면 별개의 브랜드로 가야 했다고 지적한다. 북미 시장에서 잔고장이 적고 저렴한 자동차의 이미지를 가졌던 도요타가 <렉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 좋은 사례다.
슬로푸드와 패스트푸드를 함께 운영하는 비용 부담도 크다. 기존 시스템 운영을 그대로 두고 시그니처 버거를 위해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빵, 치즈, 패티, 소스 등 수십 가지 재료가 기존과 모두 다르므로 인력과 시설이 더 필요하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시그니처 버거를 취급하는 점포는 시그니처 버거 시스템을 교육받은 추가 인력 20명이 필요하다.
키오스크를 비롯한 시설비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음식을 가열하는 그릴조차 기존 것을 이용할 수 없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시그니처 버거는 <맥도날드> 가맹점주의 수익성 향상에 가장 먼저 목표를 뒀다. 서비스를 시작한 매장에서 시그니처 버거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가맹점주들의 문의도 활발하다. 시그니처 버거가 앞으로 <맥도날드>의 대표상품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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