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협회 출범과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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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주협회 출범과 갑질 논란
  • 창업&프랜차이즈
  • 승인 2015.07.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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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철 
   월간 창업&프랜차이즈 발행인

프랜차이즈 업계가 ‘메르스’에 버금갈 만한 역풍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보다 더욱 어려운 경기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대표들의 갑질 논란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급기야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가 구속 기소되었다는  안 좋은 소식까지 들여옵니다. <아딸>의 이경수 대표가 구속 수사를 받는 사실을 여러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고 계실 겁니다. 평소 ‘상생’을 강조했던 프랜차이즈 브랜드였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지 역시 그간 <아딸>의 상생 정신을 비중 있게 다뤄온 까닭에 이번 사태는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이은 ‘갑질’ 사태는 프랜차이즈 업계를 향한 불신을 싹트게 하곤 합니다. <아딸>은 가난을 벗어나려고 창업한 작은 가게에서 시작됐습니다. <아딸>이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딸에게 해주는 바른 먹거리라는 뜻입니다. 이 대표는 자신과 같은 생계형 창업자를 위해 가맹사업을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현재진행형인 <본죽> 사태의 경우에도 갈수록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본죽>처럼 상생을 외쳤던 브랜드의 갑질 논란은 ‘믿을 놈 없다’는 생각을 뿌리내리게 합니다. 이런 인식은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아주 나쁜 영향을 줍니다. 자칫 정말로 상생하는 업체조차 다 똑같은 수준으로 매도될 위험이 있습니다.

요즘 어딜 가나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동등한 위치에 서야 한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그렇다면 이런 말을 자주 하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대한제과·외식가맹점주협의회의 출범은 고무적입니다. 이들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미스터피자>, <본죽>, <피자헛>, <설빙> 등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점주들입니다. 출범식에서 이들은 가맹본부의 ‘갑질’에 함께 대항하고자 연대조직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가맹점주들의 연대는 ‘슈퍼 을’의 등장을 예고합니다.

여느 대기업 노조나 전문직 협회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꾸릴 이익집단의 크기나, 우리 사회의 관심도를 보면 그렇습니다. 당장 수천 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머잖아 수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벌써부터 쟁쟁한 브랜드의 점주들이 가입하려고 줄을 서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여기에다가 정치권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맹본부는 지금보다 신중하게 제2·제3브랜드 사업을 펼쳐야 합니다. 우리는 성공한 가맹본부의 신사업이 기대만큼 순항하지 못하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습니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프랜차이즈 업계가 풀지 못하는 숙제입니다. 이런 까닭에 제2브랜드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필연적으로 기존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부릅니다. 앞으로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입니다. 현재진행형인 <본죽>의 갑질 사태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이끌어가는 가맹본부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본죽>의 가맹점주들은 소송으로 대응하는 가맹본부에 맞서 조직화에 나섰다고 합니다. 일이 커지자 김철호 대표 부부의 비리 혐의까지 불거졌습니다. <본죽>의 브랜드 가치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입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할 시점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에 대처하는 주무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본죽> 사태의 발단이 된 ‘계약해지’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해 단 1건만의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2013년은 1건, 2012년 0건, 2011년 0건이 공정위의 부당계약해지 시정명령 실적입니다. 참고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분쟁조정 신청은 2014년 572건, 2013년 554건, 2012년 578건, 2011년 733건이었습니다.

공정위는 본연의 업무가 경제주체 간 공정한 경쟁유도입니다. 공정위는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불공정한 경쟁을 조정해 경제가 잘 발전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는 <본죽> 사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가맹본부가 기존 브랜드와 가맹점주들을 버리다시피 하고 다른 브랜드에 주력하는 일이 자주 벌어졌습니다. 법률적인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가맹점주들은 위법이 아니라는 가맹본부의 주장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현재도 <본죽> 가맹점주들이 공정위의 조사를 원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본죽>을 조사한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갑질 논란의 양상이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가맹점주들이 힘을 모아 반격할 태세입니다. 대한제과·외식가맹점주협의회는 입법투쟁을 벌여 가맹본부 활동에 대한 정부기관의 감시체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기우’일지 모르겠지만, 어렵게 출범한 대한제과·외식가맹점주협의회가 일부 내부자들의 분별없는 욕심으로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을 봐왔기에 하는 덕담입니다.

아울러 프랜차이즈 기업들 또한 자신들의 모습을 둘러보고, 재점검해봐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온갖 고생을 해서 일궈놓은 사업이 자칫 잘못된 판단과 실수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마는 일은 너무 쉬운 일이 될 테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로또에 비유하지만, 제대로 된 운영과 원칙 없이는 그야말로 로또처럼 일장춘몽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요즘 경기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프랜차이즈 기업들 스스로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기본과 원칙이 있는 사업을 일궈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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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선 2015-07-10 18:34:33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로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갑질 문제에
관심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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