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소믈리에 권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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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소믈리에 권경민
  • 조주연 기자
  • 승인 2015.07.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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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깊고 다양한 맛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즐기기 위해서
▲ 비어 소믈리에 권경민 ⓒ사진 황윤선 기자

지난해 말, 주세법이 바뀌면서 우리나라 맥주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지만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맥주소담」의 저자이자 네이버 대표 카페 ‘맥주야놀자’를 운영 중인 비어 소믈리에 권경민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맥주 전문가. 맥주의 매력을 비롯해 우리나라 맥주 시장의 특징과 문제점 그리고 미들비어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맥주는 가장 대중적인 술로 꼽히고 있습니다. 맥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술이 있지만 그 중 맥주는 가장 다양한 개성과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와인과도 비교가 안 될 만큼 그 종류가 무궁무진해요.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들이 주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맥주가 한정적으로 공급됐지만 주세법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점점 더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 맥주 시장이 더 커지면서 더 많은 분들이 맥주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 현재 맥주 시장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최근 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맥주가 들어오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더 좋은 맥주, 더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수입에 치중하고 있어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보다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 수익이 더 많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고요. 이렇게 되다 보니까 우리나라 생산 맥주는 점점 더 적어지고 수입 맥주만 많아지고 있습니다. 입에 맞는 수입 맥주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맞게 우리나라에서 직접 만드는 맥주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최근 스몰비어에서 미들비어로 시장의 흐름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바뀌어 가게 될까요?
스몰비어 전에 인기를 끌었던 매장이 셀프형 맥줏집이었어요. 안주를 팔지 않아서 주방장이 없어도 되고, 가맹비용이 적다 보니 많은 분들이 창업을 했죠. 결국 그게 부메랑이 됐어요. 매번 안주를 밖에서 사가야 하니 귀찮고, 매장이 많다 보니까 수익이 줄어들어서 많은 매장이 폐점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대안으로 스몰비어가 나왔는데, 스몰비어 역시 창업비용과 메뉴가 저렴해서 인기를 끌었지만, 테이블 회전도 안 되고 객단가도 낮다 보니까 지금의 미들비어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많은 브랜드들이 안주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앞으로는 맥주 종류가 다양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고요.

Q 우리나라 맥주 프랜차이즈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트렌드에 따라 너무 많은 유사 브랜드들이 난립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또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유통하는 식자재나 술들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보다 비싼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점주들이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정보를 찾아봐야 합니다.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돈을 투자하는 건데, 창업설명회 몇 번 다니고 영업사원한테 설득돼서는 안 되죠. 사업계획서도 써보고 치밀하게 상권조사도 해 보면서 업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Q 우리나라 맥주 시장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제도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생산되는 맥주가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국에 양조장이 3600개 정도 있어요. 한 곳에서 생산되는 맥주가 10종류라고만 해도 3만 6000종류의 맥주가 있는 거죠. 미국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많은 종류의 맥주가 만들어져야 우리나라 맥주 시장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맥주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주류 정책 때문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류 도매상을 거치지 않으면 유통이 될 수가 없어서 소규모 양조장들은 맥주를 공급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두 번째는 가격 경쟁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출고가에 세금을 측정하는데, 아무래도 작은 양조장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세 번째는 홍보 부족입니다. 시골 구석까지 유통망이 뻗쳐 있는 대기업과 달리 소규모 맥주 생산자들은 홍보할 방법이 없어요. 인터넷으로 판매도 할 수 없고 광고를 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이런 문제들이 심화되다 보니까 맥주 생산은 물론 수입조차 대기업이 아니면 하기 힘든 게 우리나라 맥주 시장의 현실입니다.

Q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맥주 전문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홍대, 이태원, 강남 등에 밀집해 있어요. 그런데 이런 맥주 전문점을 찾아서 “에일 맥주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는 손님이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파는 에일 맥주는 30종류가 넘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맥주 한 병, 생맥주 한 잔, 호프 한 잔 등의 주문이 통했지만, 맥주 전문점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결국 많은 맥주를 마셔보고 공부해야 맛있는 맥주, 즉 나에게 맞는 맥주를 찾을 수 있습니다.

Q 비어 소믈리에로서 자주 드시는 맥주가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전 외국생활 경험도 있고 외국여행도 많이 해 본 편이라 지금까지 500~600가지 종류의 맥주를 마셔봤어요. 흔히 맥주 하면 독일을 떠올리지만 독일 맥주는 맥아 100% 등 규제가 많아서 맛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 독일 귀족들도 독일 맥주가 아닌 벨기에 맥주를 마셨어요. 저도 벨기에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고요. 그때그때 다르긴 하지만 바이젠 맥주나 IPA 맥주 등을 즐겨 마셔요.  가능하면 안 마셔본 맥주를 마셔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 앞으로 우리나라 맥주 시장이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요?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수입맥주를 많이 들여오고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맥주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으니까 좋은 점도 있죠.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좋지만,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마셨으면 합니다. 점심에 물 대신 맥주 한 잔, 커피 대신 맥주 한 잔 등 가볍게 음료처럼 즐기면서 마시는 거죠. 미들비어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그런 문화를 이끌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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