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비전을 제시하는 기업이 성공한다고?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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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비전을 제시하는 기업이 성공한다고? 그렇지 않다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07.0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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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칭경영원 김종명 파트너 코치

Specialist Interview

“직원에게 열정을 강요하면서 회사 경영의 원칙으로 포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야근을 강요하는 CEO는 범죄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CEO들이 불편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제 기사가 안 실리더라도 표현을 순화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주)코칭경영원 김종명 코치는 한국 기업의 원칙 경영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린다. 그래서 불편해 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주)코칭경영원의 스타 코치 중 한 명이고, 삼성SDS 멀티캠퍼스에서 파트너 교수를 하고 있다. 김 코치의 말이 불편하지만 귀담아 듣는 CEO들이 있다는 얘기다.

▲ (주)코칭경영원 김종명 파트너 코치 ⓒ사진 박세웅 팀장

Q. CEO는 열정이 넘치는 기업을 만들려는 원칙을 버려야 한다는데 왜 그런가
CEO는 열정으로 일하는 기업이 아닌 즐겁게 일하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갖나? 만약에 이윤을 골고루 배분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협동조합에서나 그렇게 하는 것이지 주식회사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신입 직원이 주인의식이 있다는 게 말이 되나? 물론 사장은 진정성이 있을 수 있지만 사원은 아니다. 그건 사장의 진정성이지 사원의 진정성이 아니다. 그런 자기중심적 CEO가 있는 기업은 결코 한 단계 더 도약하지 못한다.

Q.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야근을 없애는 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 운영의 원칙이 강자를 위해 존재하면 안 된다. 사무직에게 야근을 강요하는 CEO는 범죄자다. 아니라고 하지 마라. 법이 그렇다. 내 첫 직장이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는 서울보증보험이다. 거긴 경쟁자가 없으니 야근을 거의 안 한다. 그런데 한 지점의 실적이 나빠서 살펴봤더니 거기는 직원 야근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지점장이 밤에 영업한다고 술 마시면 다음날 낮에 사우나에서 뒹굴다가 3시에서 4시쯤 나와서 직원들에게 일을 던진다. 그러니 직원들은 아침에 나와도 커피나 마시면서 인터넷 서핑을 한다. 일을 하긴 하는데 데드라인이 한참 멀기 때문에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다. 또, 내가 의류회사 전문경영인으로 일했었는데 한 디자이너가 일하는 시간은 짧은데 성과가 좋았다. 알고 보니 나이트 클럽에서 놀면서 패션의 유행을 살피는 것이었다. 패션산업은 유행의 단기 및 장기 주기가 있다. 야근하는 디자이너는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지 몰라 눈앞에 닥친 일을 하기에 급급하다. CEO도 마찬가지다. 미래가 불안해서 야근하는 CEO는 미래를 더 볼 수 없다.


Q. 그러면 어떤 원칙이 좋은 원칙인가
내가 CEO를 해보니까 항상 서러웠다. 월급날이 다가오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월급이 빠져나가면 다음 달은 어떻게 하지 하면서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한다. 그래서 CEO의 마음을 안 알아주는 직원들이 야속하다. 이해한다. 하지만 차라리 현재에 집중해 지금 최선의 선택을 하고 더는 걱정하지 마라. 현재에 충실하면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가게 되어있다. 그럼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가. 꼬투리를 잡아서 칭찬하면 된다. 흔히 꼬투리 잡아서 비난하는 경우를 아주 나쁘게 본다. 반대로 칭찬할 것을 어떻게든 찾아서 칭찬해 보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직원들은 CEO가 나를 인정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알아서 열심히 한다.

Q. 많은 CEO가 왜 회사를 경영하는지 제대로 대답을 못한다
사명을 정하지 않아서 그렇다. 돈은 사명이 아니다. 그런 CEO가 있다면 묻고 싶다. 얼마를 벌고 싶은가. 1000억 원? 그렇다면 지금 그 돈을 주면 바로 죽겠는가? 조금만 생각하면 돈 자체가 사명이 될 수 없다. 그저 돈을 벌면 어떻게 하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사업을 벌인다. 그 막연한 생각을 명확한 사명으로 바꿔야 한다. 사업을 하는 궁극적인 사명을 계속 생각해야 성공으로 가는 길이 놓여진다. 비슷한 예로 20세 청년에게 1000억 원 받고 90세 될래 하면 누가 하겠나. 따라서 왜 사업을 하는지를 개똥철학이라도 CEO가 직원들에게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직원은 대체로 돈을 벌려고 다닌다. CEO는 돈이 목표이면 안 되지만 직원은 그래도 된다. 현실이 그렇다. 여기에다가 CEO가 회사의 사명을 분명하게 잡아주면 직원들은 나쁠 게 없다. 직원들이 하는 일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알려줘라. ‘돈 벌려고 다닌다’보다, 이를테면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한다면 더 폼이 난다. 실제로 이 광고카피를 쓴 두산중공업의 대중 인지도와 입사 지원률이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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