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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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3.0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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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일까? 부담일까?

정부가 올해부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추진을 공식화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쳐 1998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법개정안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영세사업장의 부담을 더 키운다는 의견과 근로자를 차별하는 근로자 보호법은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충족시키기 위한 정부의 배려 깊은 방안이 시급하다.  

 

 

ⓒ 사진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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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추진
올해부터 주52시간제와 연장근로수당, 유급휴가 등을 받을 수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원이 5명 미만인 사업장에도 단계적으로 주52시간제, 연차휴가 등이 적용될 계획이다. 노동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56조), 연차유급휴가를 줘야한다는 규정(60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규정(24조), 부당해고 시 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한 규정(28조) 등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노동개혁 권고문을 마련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문제를 대두시켰고, 윤석열 대통령도 해당 내용을 언급하면서 고용부의 주요 업무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3일 연구회의 권고문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포함됐다”라고 평가했다.

우선 고용부는 근로자의 인격권 보호를 중심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 단계적인 적용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고용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사이에서 발생하는 임금이나 복지 등 처우 격차가 극심해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나선다. 이를 위해 상생형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또한 노사관계, 노동법 등 학자와 또 현장의 전문가들이 포함된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 사진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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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의 반발
정부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추진과 관련해 소상공인의 반발이 뜨겁다. 업주들은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이미 큰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이중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영세한 환경에 있는 소상공인에게 폐업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적인 지원과 보호 절차가 노동자에게만 쏠려있고, 영세한 사업장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 조치가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1년 기준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33만원으로 같은 기간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인 327만원보다 낮다. 현실적으로 소상공인의 수입이 기간 근로자보다 적은 통계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면 소상공인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더군다나 2023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지난해 보다 5.0%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과 금리인상, 전기세, 가스비 등의 인상으로 고정비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편의점업계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의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실질적으로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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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를 차별하는 법
노동계는 그동안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차별하는 근로자 보호법으로 사업자 보호를 먼저 내세운 법이었다고 주장한다. 보호를 받아야 할 노동자들이 노동법 밖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중소상인의 어려움이 있다면 국회와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노동자들의 권리와 경쟁시킬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체공휴일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라며 “이러한 법의 허점을 악용해 ‘사업장 쪼개기’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임금을 착복하기도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체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으로 그간의 소위 사업장 쪼개기 등 편법이 줄어들고, 정당한 근로권 보장과 임금 제공으로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근로자의 생계권·여가 시간이 보장돼야 또 다른 소비가 발생하고 고용 확대 등 지역 경제계 전체에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사진 고용노동부 제공
ⓒ 사진 고용노동부 제공

 

정부의 입장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취업자 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수는 379만5,000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18.5%에 이른다. 5명의 1명 꼴로 5인 미만 사업에 몸담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영세업체의 부담과 행정력 등의 이유로 번번이 추진이 무산됐다. 

정부는 우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같은 인권 보호 제도 우선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연구회를 구성해 오는 6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모성보호와 관련해 18세 이상 여성을 유해·위험한 사업에 사용하지 않도록 한 규정(63조), 18세 이상 여성에게 야간·휴일 근로를 시킬 경우 동의를 얻도록 한 규정(68조),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는 규정(71조)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지난달 8일 브리핑에서 “5인 미만 근로기준법 개정 수용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추진을 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코로나19와 최저임금 문제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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