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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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장기석 이사
  • 승인 2021.09.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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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치킨브랜드의 CF가 화제가 된 바 있는데, 남자주인공을 비롯한 영상의 소재가 코엔형제의 2007년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패러디 한 것이다.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이 작품은, 은퇴를 앞둔 베테랑 보안관이 한 살인자를 쫓는 이야기인데 이 살인자의 수법이 기상천외하고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라 보안관은 시종일관 답답해 한다. 그래서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닌지 유추해 보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현실의 벽 앞에서 과거의 경험으로 살아 온 노인들이 겪는 괴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내·외식 업계에도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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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잠실의 복요리 전문점에서 직접 목격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된 때였는데 지인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해당 매장에 방문했다.

총 18개 테이블 중 우리를 포함한 6개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식사 중이었다. 복요리 전문점이라 연령대가 좀 있는 40대 고객들이 반,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고객들이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매장 창밖으로 하얀색 독일제 고급 세단이 멈춰섰고 그 차에서 반듯한 차림의 70대 노부부 한 커플이 매장 문을 열고 입장하셨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주인 사장님께 노신사께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셨다. 


60대이상 실버 고객층을 위한 서비스 부재  
“미안한데, 우리 두 사람이 식사하고 가도 될까요?” 라고 말이다. 빈 자리도 많은데 입장 허락을 받다니,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20~3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 핫플레이스 상권이긴 했으나 가격대가 좀 있는 복요리 전문점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70대 노부부는 주변 눈치를 살펴가며 식사를 하셨다.

처음에는 노인들의 바이러스 감염율이 높아서 그런가 생각했다. 지인과 식사를 하며 조심스럽게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런 핫플레이스 상권의 식당에서 60~70대 노인들이 매장에 보이면 젊은 고객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겠다는 것. 물론 나와 지인의 검증되지 않은 결론이었지만 점점 노인들이 갈 만한 음식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이 깃든 음식점을 찾아가지만 그마저도 코로나로 인해 폐업하거나 휴업한 음식점이 많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쇼핑몰 지하 푸드코트를 찾기도 하는데 이곳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젊은 고객들이 많아 자식들이나 가족과 동반하여 찾아가는 노인들이 많다.

거리두기가 한층 강화된 환경에서 외식으로 한끼를 해결하려는 노인들이 갈만한 음식점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출가한 자식들이 부모님을 뵈러 찾아가는 횟수도 확실히 줄었다. 그래서 노인들은 세 끼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액티브시니어 층의 결제 증가율 늘어 
인구의 고령화 시대, 내·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60대 이상 실버 고객층을 위한 서비스는 과연 있는 것일까? 코로나19로 급성장하고 있는 배달 시장과 밀키트 시장만 봐도 그렇다. 흔히들 배달음식하면 ‘맵.단.짠’ 메뉴가 주를 이룬다. 20~30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메뉴군이 압도적이다. 그도 그럴것이 배달어플의 주고객이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30~40대 여성 고객들도 닭발, 곱창 등 맵고 느끼한 음식 위주로 메뉴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다. 맛집 중심의 인스타용 메뉴들도 20~40대 여성 고객층이 주소비자다. 그러다 보니, 60대 이상 실버 고객층의 배달음식 주문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배달음식의 메뉴들이 한결같이 젊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60대 이상 실버 고객층의 건강 상태 및 건강 유지와 관련됐거나 입맛의 변화에 맞춘 메뉴와 브랜드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2020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 세대를 일컬어 액티브시니어(활동적 장년)라 지칭했다. 이들의 온라인결제 즉, 디지털 소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도 보여주고 있는데, 배달앱 결제 비율만 유독 낮다.

배달앱을 이용하며 결제하는 전체 인구 중 50대 이상 액티브시니어 층의 결제비율은 단 5%다. 20~30대가 전체 인구의 69%로써 배달음식 시장은 확실히 젊은 고객층이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50대 이상 액티브시니어 층의 결제 증가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쇼핑, 온라인교육, 온라인취미생활 어플의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아 배달앱 이용도 점차 늘어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인구공학적으로 볼 때 고령화 시대로 진입한 것이 분명하고 가까운 미래 고령화 된 고객층이 먹거리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소비자 층으로 올라설 것이라면 내·외식 업계뿐만 아니라 배달어플 업계 관계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노인 위한 새로운 트렌드 모색해야 
비건, 채식이 요즘 각광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것마저 억지스러운 마케팅으로 보인다. 진짜 고객은 고령화 시대를 이끌어 갈 지금의 50~60대 액티브시니어 고객층이다. 이들의 식생활 변화와 건강 상태를 고려하고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람들만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게 아니다. 아픈 부모님을 위하여 자식들이 대신 주문할 수 있다. 죽 메뉴의 변화도 필요하고, 건강식 메뉴의 새로움도 요구된다. 시력이 나빠지고 있는 고객층을 위한 배달어플 상 페이지 구성과 카테고리의 개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트렌드 리더가 나와야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모바일을 어려워하는 게 아니다. 모바일 기기로 즐길만한 부모님 세대가 원하는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모님 세대가 모바일마저 눈치보며 사용하게 할 것인가? 
진정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인가?”  

 

정담유통(주)    현재 푸드큐레이션 기업 정담유통에서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마케팅전문가로 <망고식스>, <경복궁·삿뽀로>, <비비큐>, <홍콩할매불닭발> 등의 브랜드를 성장시켜왔다. 정담유통에서는 <연안식당>, <마포갈매기> 등으로 유명한 코스닥상장 외식기업 ㈜디딤의 인수를 통해 배달, HMR, 밀키트, 건기식 등의 신규사업과 푸드테크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e-mail film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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