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숍,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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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숍, 무엇이 문제인가?
  • 장기석 전무
  • 승인 2021.07.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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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 유행하는 소형 밀키트숍 정체성을 ‘라스트마일 픽업 숍’(고객최접점 배송 창고)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것이 아니라면 중대형 밀키트숍은 편의점, 마트 모델로 보는 게 맞다. 이 말은 또 다시 편의점 모습을 혁신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더현대서울의 사례와 지방 대도시 대표 식자재 마트들의 사례, 단체급식과 푸드코트의 사례, 외식 테마파크의 사례 등을 연구해보면 그곳들에 답이 있다. 스마트한 키친 시스템과 픽업 서비스가 있는 곳이 미래형 편의점이 될 것이다. ‘속 빈 강정’ 이란 말은 ‘싼 것이 비지떡’ 이란 말이 아닐까? 

 

최근 외식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무인매장, 키오스크숍, 숍인숍, 로봇숍, 공유주방, 공개주방 등이 주된 화두로 언급된다. 해당 키워드들은 모두 매장의 운영형태와 관련이 있다. 반면에 일반 소비자와 외식 자영업자 모두에게 판매되는 제품 즉, 콘텐츠 그 자체로 발광하고 있는 아이템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밀키트숍이다. 다른말로 밀키트전문점이라고도 불리운다.

어떤 밀키트숍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이미 전국 가맹점수 500개가 넘었다고 하고, 이에 질세라 너도나도 밀키트숍 브랜드를 만들어내며 가맹점 모집에 혈안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획형, 유행성 외식프랜차이즈의 모습을 또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인데도 아랑곳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왜일까? 일단 예비창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비조리식품을 판매하니 조리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인력부터 시설 투자에 이르기까지 기존 음식점 사업모델보다 저렴한 창업이 가능하다. 무인매장, 키오스숍 등으로 운영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창업비 부담, 인건비 부담, 시설투자비 부담도 없고 테이크아웃과 딜리버리 둘 다 가능한 아이템이니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 아이템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노다지 아이템으로 창업한 분들에게 벌써부터 한숨 섞인 푸념이 들려온다. 브랜드 매장을 다녀온 소비자 분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공통적인 푸념은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디즈니의 플랫폼 사업모델
밀키트숍을 이야기하기 전에 또 다시 필자는 디즈니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디즈니의 시작은 콘텐츠 제작에 있었다. 콘텐츠를 만들었으니 방영/상영할 매체가 필요했다. 매체를 만들었더니 플랫폼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단 순서대로 매체 즉, 방송채널(PP)사업에도 진출했다. 방송채널(PP)사업의 핵심은 콘텐츠의 시간대별 절묘한 편성에 있었다.

시청률 때문이다. 시청률은 곧 광고편성에 영향을 끼치므로 핵심 매출획득요소가 된다.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에 도달한 디즈니는 콘텐츠의 시간대별 편성과 더불어 소비자 니즈형 콘텐츠 즉, 온디멘드형 콘텐츠(VOD)와 다운로드&스트리밍 콘텐츠로 개인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자연스레 디즈니의 투자는 플랫폼으로 옮겨갔는데 (아날로그 시대의 디즈니는 네트워크 사업자 즉, 플랫폼 회사는 본인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요 투자항목이 바로 서버라 불리우는 저장소와 개인의 구매정보(콘텐츠소비정보)를 바탕으로 한 IT솔루션이다.

디즈니가 픽사, 20세기폭스, 마블만 인수한 게 아니라 서버운용회사와 비디오스트리밍 IT회사를 인수한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디즈니의 플랫폼 사업모델은 아마존과 유튜브를 컨버전스(융합)한 모델이다. (재미있게도 아마존 역시 아마존프라임이라 하여 영상분야 디지털콘텐츠 유통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글로벌 쇼핑 플랫폼에서 배우다  
이번 호에서는 밀키트숍의 문제점을 짚어보기로 했으니 유튜브나 넷플릭스 얘기보다는 디즈니와 아마존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마존은 알다시피 글로벌 쇼핑 플랫폼이다. 처음에는 도서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런 아마존이 오프라인의 최강자 월마트에 대항하기 위하여 홀푸드를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각지의 오프라인 마트, 물류창고 등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마치 쇼핑하듯이 말이다. 쿠팡이 쿠팡로켓을 위하여 물류창고에 직접 투자하거나 인수한 것도 다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왜 오프라인 마트와 물류창고를 품 안에 두려는 것일까? 당연하지 않은가? 빅데이터에 입각한 ‘정확하고도 빠른 배송’ 때문이다. 

(고객중심적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집하장 역할을 하는 창고들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다고 아날로그 시대처럼 재고부담을 안고서 이 물건 저 물건 쌓아두다가는 큰일이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영특한 아마존은 첨단 IT솔루션을 통해 고객의 구매이력과 지역정보 등 허락받은 모든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각각의 지역 마트와 물류창고에 꼭 필요한 상품군을 박스 단위로 보내고 집하시킨다.

거기에 아마존 플랫폼과 연결된 쇼핑&결제시스템도 연동하여 소위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고객의 오프라인 쇼핑 경험은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직접 찾아다니고 전단지나 각종 홍보물을 통한 세일정보, 멤버쉽카드를 이용해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의 고객은 ‘시간절약’에 애쓴다.

(여성의 일자리 증가와 사회참여 등을 통한 지위 변화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또한, 모바일을 통한 ‘스마트소비’에 이미 잘 습관화 되어있다. 오히려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대응이 느렸을 뿐. 아마존이 최근 오프라인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상품의 진열과 재고보관, 판매마케팅, 픽업서비스(대리쇼핑)까지 다양하다. 

 

고객의 외면을 받는 밀키트숍 
자, 그렇다면 현재 유행한다는 밀키트숍의 모습은 어떨까? 반찬이나 아이스크림, 장난감 무인매장들과도 비슷해 보이고, 테이크아웃 전문점과 배달 전문점의 모습도 보인다. 생각보다 깨끗하게 잘 꾸민 인테리어와 외관도 프랜차이즈답게 정리정돈된 느낌은 난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다. 강남 고급 아파트 주변의 상가에 보면 유명 반찬프랜차이즈 매장도 보이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식재료 마트도 보인다. 그런데, 거의가 한눈에 보기에도 장사 잘되는 매장처럼 보이지는 않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매장에 찾아갔는데 내가 사려고 했던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솔드아웃(재료소진) 된 것.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매장에 갔는데 갈 때마다 원하는 상품이 없고 득템할 수 있는 상품이 없다면 두 번 다시 그 매장에 갈 이유가 없다. 특히 요즘에는 더욱더 그렇다. 이 말인 즉슨, 최근 밀키트숍들의 문제 중 하나가 한눈에 보기에도 운영적 편리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도무지 동네 편의점보다 못한 것이다. 상품의 진열에 대한 사업주의 고민이 클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고관리에 있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식품의 경우에는 로스 리스크까지 발생한다. 

디즈니 사례에서 언급한 서버 역할을 하는 저장소, 즉 창고보유 문제도 있다. 냉장과 냉동 개별로 말이다. 별도의 저장소가 없으니 매장내 냉장/냉동 쇼케이스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고관리와 판매관리가 동시에 이뤄지니 운영적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효율적이겠지만 고객은 원하는 시간에 픽업하고(혹은 배달주문하고) 싶은데 상품이 자주 솔드아웃 된다면 고객은 재방문 및 재구매 의사가 사라진다. 

 

밀키트숍 프랜차이즈의 한계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디즈니나 아마존처럼 밀키트숍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지역단위 집하창고를 보유하고,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IT솔루션을 도입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밀키트숍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얼마나 될까?

대기업계열 편의점 프랜차이즈들도 IT솔루션을 통해 고객정보 및 지역단위별 구매상품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만 여전히 각 가맹점에서는 본사 영업정책지침에 따라 필수상품을 다 받아야 하고 표준화된 매뉴얼로 상품을 진열해야 한다. 악성재고가 많이 쌓여서 어떻게 처리하고 싶어도 반품도 잘 안되고 자체 할인판매라도 했다가 본사 정책과 다른 프로모션이면 즉각 패널티를 받는다. 본사의 할인프로모션 상품만 판매가능한 정책 때문이다. 

즉, 대기업계열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IT솔루션과 중간 집하창고를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자사의 이익에만 맞춘 운영을 하다보니 완벽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이루어질 턱이 없고, O4O 서비스는 요원해져 버린 것이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그러할진대 밀키트숍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어떨까? 가맹점사업자들이 이러한 밀키트숍의 본질을 따져보고 사업성을 분석했을까? 본사들은 밀키트숍의 마케팅 정책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그저 기존 외식프랜차이즈의 사업모델 선상에서 가맹점의 간편 운영과 저렴한 창업비만 강조하고 가맹점 개수 늘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삼정코리아 장기석 전무  현재 식품 &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삼정코리아의 사업전략 및 마케팅 총괄 전무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를 나와 프랜차이즈 분야 마케팅전문가로서 <망고식스>, <엔타스>, <BBQ> 등을 거쳤다. 현재 삼정코리아에서 혁신적인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으며, 외식프랜차이즈 기업을 넘어서 푸드큐레이션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e-mail film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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