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악성 고객 막아달라 요청한 점주 외면…점주 지난달 뇌출혈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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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악성 고객 막아달라 요청한 점주 외면…점주 지난달 뇌출혈로 사망
  • 정경인 기자
  • 승인 2021.06.23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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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가맹점주협의회 및 시민단체 22일 기자회견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 규탄
쿠팡이츠 행태 공정위에 고발 예고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 다수의 시민단체가 자리했다.

이들은 쿠팡이츠를 비롯,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배달앱 업체가 점주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자회견을 쿠팡 본사 앞에서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일 다수의 매체에 의하면 서울 동작구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하던 50대 여성 A씨가 지난달 초 뇌출혈로 쓰러지고 3주 뒤 본인 가게에서 사망했다.

업주는 숨지기 전까지 음식을 환불해달라는 손님의 항의와 배달앱 업체 쿠팡의 압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게 직원에 따르면 A씨는 쓰러지기 1시간 30분 전 손님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고 가게 화장실에서 울었다. 손님은 해당 가게에서 김밥, 만두 등을 배달 주문했는데 그 다음날 “배달된 새우튀김 3개 중 먹고 남은 한 개를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확인해보니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A씨는 거친 언행으로 재차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에게 못 이겨 결국 새우튀김 1개 값인 2천원을 환불해줬다.

그러나 해당 손님은 환불을 받은 뒤에도 A씨를 괴롭혔다. 쿠팡이츠에 음식 전부를 환불해 달라며 배달앱에 반영되는 리뷰란에 별점 1점과 ‘개념 없는 사장’이라는 글을 남겼다.

쿠팡이츠는 A씨에게 고객에게 다시 통화하라며 고객이 주문 건 전체를 다 취소해달라고 한다며 압박을 가했다. 그 와중에 손님은 매장에 지속적으로 전화를 해 A씨에게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는 등 폭언을 했다.

더는 견디기 어려웠던 A씨는 이후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세 차례 통화를 통해 해당 소비자에게 명확한 환불정책을 고지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쿠팡이츠는 “점주분이 알아서 잘 해결하라” “앞으로 주의하라”는 등 책임전가성 응대를 반복했다.

쿠팡이츠는 A씨가 쓰러진 후에도 가게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가게 직원이 “(악성 고객에 더해) 쿠팡에서도 계속 전화 오니까 (사장님이) 전화받고 쓰러졌다”고 설명했지만 쿠팡이츠는 “동일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장님께 잘 전달 부탁드린다”고 압력을 가했다.

결국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A씨는 고객센터와 통화 도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지난달 29일 끝내 숨졌다.

A씨 유족은 평소 A씨에게 별다른 질환이 없었다며 “소비자가 해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우린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거다. 그렇게 참으면서 먹고살기 위해서 했다는 게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허석준 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 “갑질 소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악성 리뷰와 별점 테러를 방치하며 소비자 일방의 영향력을 키워온 쿠팡이츠의 시스템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악성리뷰에 대한 삭제 및 블라인드 처리, 리뷰에 대한 점주의 댓글 작성 지원, 비공개 리뷰기능 지원, 배달품질과 음식품질에 대한 평가 분리 등 점주 대응권 강화, 별점평가 제도에 객관적인 지표인 재주문율, 단골고객 점유율 등을 가산해 악성리뷰 영향 축소 등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 마련, 주문 후 며칠이 지나도 환불 요구가 가능한 실태 개선을 위한 환불 규정 정비 등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배달앱 이용자의 무리한 환불 요구와 악성 리뷰에 시달리다가 뇌출혈로 숨진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쿠팡이츠 등 배달앱 운영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곧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이츠를 고발할 예정으로 쿠팡이츠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떤 대응을 취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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