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의 브랜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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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브랜드학
  • 김태경 Ph.D
  • 승인 2021.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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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식당


<몽로>, <광화문국밥>의 셰프 박찬일의 『백년식당』이라는 책에서도 100년 된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문설렁탕>이나 <하얀집> 정도가 한국에서 100년이 넘은 식당이지 일본처럼 100년 넘은 노포는 많지 않다. 한국에 50년 넘게 지속되는 노포들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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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백년식당』을 읽어 보면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노포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근속연수가 오래된 직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50여 년간 <우래옥>에서 근무했던 김지억 전무는 아주 상징적인 인물이다.

근속연수가 오래된 직원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음식의 맛이나 서비스가 변함없이 안정되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노포의 고객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 받고 친밀도가 높아져 단골이 된다. 브랜드의 큰 힘은 친밀감 형성이라는데 노포의 장기근속 직원들이 그 식당의 브랜드 친밀도를 높여 간다.


빠르게 변화하는 외식업 트렌드
한국 외식업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조선시대 중후반부터 한양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식당이 조금씩 생겨났다. 식당의 시작이 국밥집이었으니 한국에 100년 넘은 식당이 <하얀집>이나 <이문 설렁탕> 등 주로 곰탕, 설렁탕 식당인 건 역사적으로 이해가 된다. 

서울대 조순 교수는 한국의 경제 성장이 ‘압축성장’이라고 말했다. 1750년대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발달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역사는 3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발전했다. 그런데 한국은 서구의 300년 이상의 자본주의 역사를 단 한세대인 60년만에 압축해서 이룩했다.

압축된 현대사는 음식 트렌드의 가속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세대의 변화가 아닌, 생애 주기에서 심하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메뉴로 장기간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사회환경이다. 게다가 한국만큼 인구대비 식당이 많은 나라가 없으니 경쟁도 치열하다.

 

만족을 부르는 서비스
<북악정>은 지역구에서 가장 사랑받는 전통 있는 노포 식당이다. 1982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북악정>은 우리나라의 양념 소갈비를 대표하는 식당이다. <북악정>의 브랜드파워는 근속연수가 오래된 직원들의 친절함이다. 직원들 나이가 들며 순발력이 떨어지자 과감하게 테이블 간격을 넓히고 서빙 로봇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로봇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어가면 어떻게 하냐는 직원들의 우려가 컸다. 하지만 로봇이 도입되고 음식을 나르는 일은 로봇이 다 전담하니 직원들은 손님 접대만 열심히 하면 돼 고기를 먹기 좋게 굽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식당 마케팅, 식당 브랜드 마케팅이 일반 마케팅과 아주 다른 점이 있다. 일반적인 마케팅은 내부 고객의 노이즈가 거의 없다. 그냥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면 사장의 유통업체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식당은 주방에서 아무리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도 홀에서 서빙이 불친절하면 맛이 없어진다. 본사 메뉴개발팀에서 아무리 맛있는 메뉴를 개발해도 각 매장의 주방에서 담당자들이 신메뉴의 애정이 없으면 맛없게 조리될 수 밖에 없다. 내부 고객에 의해서 브랜드가 먼저 검증받는 외식업만의 독특한 브랜드 특성이 있다. 

내부 고객 직원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식당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식당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친절히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마케팅 특히 브랜드 마케팅하면 외부 고객들을 어떻게 만족시키는가 하는 문제만을 고민하게 된다. 식당은 외부 고객보다 내부고객의 브랜드 만족도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큰 과제다. 

 

장기근속하는 직원의 중요성
<북악정>이 내부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 만족도가 높아서 인기 있는 식당의 좋은 예라면 내부 고객 관리가 잘못된 나쁜 예는 <월향>을 꼽을 수 있다. 혜성처럼 나타나 이슬처럼 사라진 <월향>의 가장 큰 장점은 소녀시대 같은 매니저들이었다. <월향>의 이여영 대표와 협심이 잘되는 매니저들이었는데 이상한 직원(?)이 들어와 초기에 같이 고생하던 매니저들이 하나둘 떠나며 <월향>의 위기가 시작됐다. 

노포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뒤에는 장기근속하는 충성심 강한 직원들이 있는 것처럼 잘 나가고 성공하는 식당들을 살펴보면 주인처럼 식당을 사랑하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있다. 식당 직원을 돈으로 고용한 관계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렇다고 ‘가족같이’라고 말하지 말자. 그냥 직원이 내부 고객이라고 생각하며 직원이 브랜드를 알릴 첫 번째 고객이며, 가장 먼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돌봐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만 잊지 말자.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식품유통경제학교 겸임교수.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에서 학부과정과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롯데햄우유, 도드람양돈농협, TGIF 등 국내외 주요 육류생산과 가공, 그리고 외식업체에서 식육마케터로 활약해왔다. 국내 축산물이 처음 브랜딩 되기 직전 축산물 브랜드화의 필요성을 가지고 학위논문을 작성했고, 실제로 1세대와 2세대 돈육브랜드 론칭 과정에 참여하며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며 축산물 전문 마케터로 오랫동안 활약해 왔다.   e-mail pigresort@naver.com 

 

 

*CEO스터디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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