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식당 브랜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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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식당 브랜드의 의미
  • 김태경 Ph.D
  • 승인 2021.04.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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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식당

초기의 브랜드는 소유의 관점에서 출발했다. 중세를 거치면서 봉건사회가 안정되고 상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던 10세기 무렵부터 상인들은 간단한 도형을 사용하여 신용표시를 겸하게 되었다. 브랜드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제품은 그 제조자를 처벌하여 길드의 대외적인 독점으로 유지하기 위해 사용됐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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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신용의 표시를 거쳐 재산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비롯되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제품이 대량생산됨에 따라 기업에서는 판매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기존보다 더 세분화된 유통체계가 형성되었다. 또한 제품의 브랜드가 이러한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브랜드는 점차 제품의 질, 속성, 이미지를 형성하는 하나의 재산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브랜드력의 필요성
브랜드는 시대별로 품질, 신용, 무형재산으로 의미를 확장하면서 성장했다. 브랜드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점점 더 브랜드의 힘이 커지고 있다. 비대면이 생활화되면서 브랜드가 알려진 치킨의 인기가 동네에 새로 생긴 치킨집보다 훨씬 장사가 잘된다.

이태원 상권이 무너졌다. 이태원에 코로나 집단 발병지가 되어 버려서 방문객이 줄어서다. 그렇게 잘 되던 이태원의 식당 중 이태원이 아닌 제2의 장소로 이전해서 명성을 이어가는 식당은 거의 없다. 이태원의 식당들은 독립된 식당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이태원이라는 상권 내에서 함께 성장한 작고 개성 강한 식당들이어서 상권이 무너지니 함께 무너진 거다.

만약 식당 자체의 브랜드력이 강했다면 다른 지역에서 재기할 수 있다. 아니 몇몇 이태원에서 강한 브랜드력을 자랑한 식당은 분명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이태원이나 다른 상권에서 다시 오픈해서 이전의 영광을 다시 한번 누릴 수 있다.

 

강력해지는 브랜드 의미
외식업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브랜드의 의미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커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외식업에는 브랜드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수백개의 가맹점을 가진 모 갈비 전문점도 브랜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을 걸 보면 브랜드라는 개념이 식당업에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몇 년 사이에 외식업에서도 브랜드가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외식업에서 브랜드를 비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 엉망이다. SNS상의 식당 홍보가 식당 브랜드 마케팅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식당 방문이 어려우니 식당의 HMR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만나는 식당 사장님들에게 그 어떤 전략적 자문보다 “자금을 확보하세요”, “ 코로나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으니 최대한의 자금을 확보하시고 식당 경영을 합리화하세요”라고 당부한다. “다운사이징 하세요.” 단순히 식당의 메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직영점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구조 조정, 식당의 좌석 수와 인력을 축소하는 내 살을 깎아내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측이 정확하게 맞았다. 매출이 신장하는 식당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잘 버티는 식당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에 생각도 못 했던 과감한 새로운 전략을 빨리 찾아야 한다.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의 대비
코로나 시대 가장 모범적인 식당의 예는 <권사부 순대국>이다. 인천에 실력 있는 작은 순댓국 식당이 코로나시대 배달 전문 순댓국 프랜차이즈로 시작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호평을 받으면 확장하고 있다. 워낙 상품력이 좋아서 맛은 흔들리지 않겠지만 코로나 이후의 시장 변화에서 배달보다 GRAB&GO(테이크아웃)가 확대된다면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들은 새로운 변신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맛있는 순댓국 브랜드가 된 <권사부 순대국> 가맹주들은 자신의 상권 내에서 입지가 좀 좋은 곳으로 이전할 수 있는 여력들을 확보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권사부 순대국>뿐 아니라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들은 코로나가 기회가 되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배달 음식 전문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정담유통(주)가 디딤의 경영권을 인수할 정도니 얼마나 단기간에 돈을 벌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코로나가 좀 진정되어도 경제가 정상화 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아니 코로나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의 방식들로 살아가는 시대가 된다.

식당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도 인기 있는 파인다이닝들은 여전히 예약하기 힘들었다. 식당은 음식을 먹는 곳이라는 의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환대를 받으며 기운을 회복하는 장소다. 코로나 시대 수많은 식당이 위로와 환대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이건 곧 코로나 이후에 식당들이 편의점의 도시락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HMR 제품들과 힘든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식당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식당 브랜드의 가치를 지켜가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식품유통경제학교 겸임교수.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에서 학부과정과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롯데햄우유, 도드람양돈농협, TGIF 등 국내외 주요 육류생산과 가공, 그리고 외식업체에서 식육마케터로 활약해왔다. 국내 축산물이 처음 브랜딩 되기 직전 축산물 브랜드화의 필요성을 가지고 학위논문을 작성했고, 실제로 1세대와 2세대 돈육브랜드 론칭 과정에 참여하며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며 축산물 전문 마케터로 오랫동안 활약해 왔다.   e-mail pigres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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