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가심비 그리고 가격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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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가심비 그리고 가격의 의미
  • 박진우 외식경영학 박사
  • 승인 2021.03.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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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경영 노하우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다. 먹방프로그램이 50개를 넘어섰다. 지상파, 공중파, 케이블 TV 모두 먹방프로그램은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훌륭한 셰프들과 맛칼럼리스트들이 나와서 음식에 대한 평가와 음식점에 대한 평가들을 즐비하게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를 ‘먹방의 시대’라고 한다(많은 프로그램만큼 프로그램의 질이 따라주지 않아서 아쉬운 점은 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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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프로그램의 흐름은 여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시대적 흐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5일제, 주52시간의 근로시간 도래로 인한 가처분시간의 증가가 한 몫을 했다. 가처분시간의 증가는 여행, 취미, 맛집의 발전이라는 큰 흐름에 동참했다(적어도 코로나19 이전의 흐름은 그랬다).

여행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큰 하나가 바로 먹거리이며, 한끼라도 제대로 먹자는 젊은층의 음식에 대한 가치도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전반적인 시대적 흐름이 ‘먹방 프로그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먹방의 전성시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최근 관심있게 지켜보는 먹방 프로그램이 생겼다. 허영만선생이 진행하는 ‘백반기행’이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번째 허영만선생이 음식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이다. 방문하는 음식점에서 허영만선생은 과한 칭찬도, 과한 꾸지람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로지 음식에 집중하면서 음식점 주인과 소담한 이야기를 나눈다. 식탐을 멀리하고 정성스럽게 마련한 음식을 최대한 예를 갖춰서 먹는다.

이런 모습이 음식을 하는 내겐 감동을 준다. 두 번째 상업성이 배제된 느낌이다. 많은 먹방 프로그램이 상업성에 지나치게 치우치고 있다는 생각에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런 모습이 없어서 즐겨본다. 세번째 동석하는 패널들과의 대화, 음식점 주인장과의 대화가 서민적이고, 훈훈해서 따뜻한 느낌을 준다.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네번째 소상공인, 자영업자 위주의 음식점을 방영한다는 데 있다. 소시민적, 소상공인적인 이 프로그램이 나를 끌어들이는 요소다. 마지막이 가성비다.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음식점을 꽤나 찾아다녔다. 찾은 후 단 한차례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여타 방송에서 보여줬던 맛집을 방문하고 후회한 적이 있었던 경험과 비교하면 이 프로그램이 주는 만족감은 그래서 크다.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음식점들의 메뉴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물론 품질도 뛰어났다. 가격과 품질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훌륭한 음식점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좋은 이유 중 가장 마지막은 결국 가성비에 있었다. 

최근 ‘백반기행’에서 소개한 음식점 2곳을 방문했다. 하나는 갈치조림을 하는 집이었고, 하나는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었다. 갈치조림은 1인당 9천원, 한식집은 1인당 1만원의 음식값을 치루고 나왔다. 갈치조림에 계란찜과 미역국 그리고 찬 4가지를 넣어서 1인당 9천원. 이런 가격으로 대한민국에서 갈치조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식도 마찬가지였다. 반찬 10여가지에 국까지. 대단한 가성비다. 가성비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성비의 기존 전제는 품질에 있다. 품질이 뒷받침되어서 가격에 대한 만족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가성비에 대한, 가격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가성비, 가심비, 메뉴가격의 의미
가성비는 가격대비 성능의 의미로, 가심비는 가격대비 마음의 만족의 의미로 사용된다. 또 가시비로 소비를 하면서 나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시대를 가성비의 시대, 가심비의 시대, 가시비의 시대라고 한다. 가성비, 가심비, 가시비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요소가 있다. 가성비를 높이는 것이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방문했던 갈치조림 전문점이 ‘8,000원에 판매하는 갈치조림이 1만6,000원의 품질’로 제공된다면 가성비는 2.0이 된다. 또 다른 갈치조림을 판매하는 음식점에서는 5천원에 갈치조림이 판매되고 5천원 정도의 품질로 제공된다면 가성비는 1.0이 된다. 이럴 때 우리는 8,000원에 판매하는 음식점이 가성비가 높다고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가성비라는 것은 가격이 저렴하다, 가격을 인하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성비의 핵심 키는 결국 ‘품질 향상’, ‘품질 밑바탕’에 있다는 것이 된다. 이런 의미로 가성비를 정의하자면 ‘적당한 QSC, 싼 가격’이 아니라 ‘높은 QSC, 싼 가격’으로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가심비도 마찬가지이다. 음식점에서의 가심비도 결국 높은 QSC를 바탕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음식점의 품질이 밑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가성비, 가심비를 논할 수 없다. 

 

결국 음식점의 본질은 QSC
그래서 음식점의 기본, 음식점의 본질에서 QSC를 논하는 것이다. QSC가 바탕이 되어야 고객들에게 가성비와 가심비를 논할 수 있고, 평가받을 수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우리에게 가격에 대한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메뉴가격을 올려야 할 때, 가격을 내려야 할 때, 가격의 적정선 모두가 고민되는 요소다. 하지만 한가지 명확한 원칙은 있다.

바로 메뉴의 품질이다. 음식점에서 메뉴가격을 정할 때 식자재의 원가를 가장 먼저 고려하고, 시장에서 형성된 경쟁 가격을 고려하고,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가격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제 가성비, 가심비를 고려한다면 음식점의 가격은 바로 메뉴의 품질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음식점의 메뉴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과 높은 품질기준, 포기하지 않는 철학이 바탕이 가격결정의 핵심요소이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우리의 가성비, 가심비, 가시비를 정의해보면 어떨까?

 

외식경영학 박사 박진우 최근 『외식 경영 노하우』 저서를 펴낸 박진우 박사는 외식은 가슴으로 하는 사업이며, 구성원들의 조직문화가 최우선임을 강조함다. 고객만족보다 직원만족, 수익보다는 고객가치, 마케팅보다는 QSC에 집중하며 이것이 진정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 유수의 대학에서 외식경영과 외식문화를 강의하였으며, 대기업을 비롯해 외식CEO들의 강의 요청으로 다양한 기업체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mail jinai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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