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에 발만 동동…버티는게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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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에 발만 동동…버티는게 답?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1.1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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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로 덮인 외식 생태계

퇴근길, 짧아진 해 덕에 어둠이 가득하고 언 길바닥 위엔 사람 보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의 악화로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모든 가게는 9시면 문을 걸어 잠근다. 밤은 길지만 추운 겨울바람을 피해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모여서도 안 되고 돌아다녀서도 안 되는 손님의 답답함 뒤편엔 눈물만이 가득한 외식업 종사자들의 이야기가 서려 있다.  

코로나 블루로 덮인 외식 생태계 ⓒ 사진 김지원 기자
코로나 블루로 덮인 외식 생태계 ⓒ 사진 김지원 기자

 

비어가는 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전에 자주 먹던 떡볶이 전문점을 찾았다. 30분은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던 가게엔 단 두 테이블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시간가량 음식을 먹는 동안 손님은 한 테이블만이 남아있었지만 배달주문에 가게는 바삐 돌아갔다. 8시 반쯤이 되니 나갈 준비를 해달라는 종업원의 안내에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9시가 다 되어가니 길거리 가득한 가게들이 Closed 팻말을 걸어놓고 매장 청소를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겠지만 날도 춥고 갈 곳도 없으니 집에나 가자며 헤어졌다. 집에 도착하니 10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일이 있지 않는 이상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향하다 보니 7시쯤엔 가족 모두가 모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학생 이후 이렇게 식구가 모이는 것은 오랜만이다. 식구(食口)의 의미를 갖춘 모습이긴 하지만 집에 모이는 만큼 외식이 줄고 매장은 비어간다.

코로나 블루로 덮인 외식 생태계 ⓒ 사진 김지원 기자
코로나 블루로 덮인 외식 생태계 ⓒ 사진 김지원 기자

 

배달이 답?
코로나19로 외식업 매장 방문 손님이 80%가량 줄었다. 자구책으로 배달을 운영하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배달만이 답일까?

사례1# 인천에서 고기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고깃집 사장은 업종 특성상 직접 고기를 굽고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다 보니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다. 고민 끝에 배달을 시작해 보니 ‘이제는 배달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배달 매출이 엄청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소비자들의 음식 소비 패턴이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후 이 점포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배달 전문 브랜드를 숍인숍 형태로 들일 예정이다.

사례2# 모 외식 전문기업 브랜드마케팅 이사는 “코로나19 초반에는 그렇게 큰 타격은 없었는데 2.5단계로 격상한 9월부터 모든 지점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몇 군데 가맹점에서 배달을 테스팅 중인데 좋은 결과가 있다면 다른 점포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는 방역을 철저히 하고 야외 매장을 구상하며 코로나19 속에서 활로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 시기만 잘 버티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사례3# 노원에 있는 프랜차이즈 떡볶이 전문점 박 모씨는 이정도면 장사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배달을 함께 해오던 브랜드라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 주변 가게들 이야기를 들으면 폐점 직전인데 우린 배달 매출이 홀 매출을 대체하고 있어서 월세를 낼 정도는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배달에도 홀과 배달을 함께 운영하던 이전만큼은 못 되기에 매출은 어김없이 떨어진 상태다.

사례4# 버블티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배달로 열심히 연명해가고 있지만 곧 문을 닫아야 할 판국이라고 전했다. 배달이 늘며 배달 업체에서도 경쟁이 심해진 탓이다. 대학가에 위치해 치열한 음료 배달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스타벅스>의 배달 운영 시범화에 이 점주는 물론 중소카페 브랜드들이 가게 운영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상황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자리를 지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이 점주 얼굴엔 그늘만이 가득했다.
사례5# 고등학교 앞에서 4년간 피자를 팔아오던 피자전문점 박 씨는 2개월 전 배달을 시작했다.

홀 매장 손님이 줄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배달이지만 힘든 고비는 잘 넘기고 있어 다행이라고 한다. 배달 매출이 이전만큼 많진 않아도 매장 운영에 꽤나 도움이 돼 계속 배달 운영을 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에 물러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로 덮인 외식 생태계 ⓒ 사진 김지원 기자
코로나 블루로 덮인 외식 생태계 ⓒ 사진 김지원 기자

 

답 없는 답
지난달 17일 3단계 격상설에 가맹점주들이 정부에 비상대책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1천명 안팎을 맴돌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영업제한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맹점주들은 청와대 앞에서 ‘자영업 비상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생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손실이 큰 식당, 주점, 카페 등의 손실 보상과 임대료 지원, 부가가치세 감면, 방역기준 수정 등을 요구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이은용 교수는 이 상황에 대해 한 마디로 ‘답 없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초유의 사태입니다. 프랜차이즈는 몇 개의 손꼽히는 대기업을 제외하면 다 중소에 작은 기업들인데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이나마 버티고 있는 것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년이 시작되고 코로나19가 물러가 경기가 살아나면 버틴 것들에 감사할 날이 올 것입니다”라며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잘 버텨내기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또 “착한프랜차이즈와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프랜차이즈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나가다 보면 코로나가 끝나고 새로운 창업을 시작하는 이들 중 프랜차이즈에 뛰어드는 예비 창업가들이 많을 것입니다. 본부도 힘들 텐데 어떤 형태로든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를 전하고 싶습니다”라며 기업이 상생해 나갈 방도를 펼쳐나가길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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