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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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마음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8.3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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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베이> 성수세종타워점 윤성희 점주

<커피베이>는 물론, 카페 창업자 중에서 이런 예는 없었다. 커피라곤 달달한 믹스 커피밖에 마셔본 적 없는 문외한이라니. 커피 지식 뿐 아니라 창업 환경도 다른 상권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서 윤성희 점주는 <커피베이> 성수세종타워점을 우수 가맹점으로 만들었다. 코로나19의 위기에서도 안정된 매출로 본사에서도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윤성희 점주에게 어떤 남다른 노하우가 있을까.

커피베이 성수세종타워점 윤성희 점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커피베이 성수세종타워점 윤성희 점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커피베이> 성수세종타워점은 카페 독점으로 분양받았던 공간이다. 역세권이지만 유동인구가 거의 없고 눈에 띄지 않은 위치라서 본사에서도 지금처럼 잘 될 거라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끌어갈 가맹점주가 10년 이상 전업주부였고, 심지어 ‘커피는 써서 안 마신다’라며 아예 카페 출입도 안 할 정도로 커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서였다. 염려와 달리 세종타워점은 코로나19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모범적인 가맹점으로 주목받게 됐다. 상냥, 친절, 무엇보다 고객과 직원 입장을 최우선으로 배려한 윤성희 점주의 노력 덕분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택한 브랜드
학원 강사로 일했던 윤성희 점주는 딸이 9살이 될 때까지 친정에 맡기면서 맞벌이에 열중했다.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이루자 미련없이 직장은 그만 두고 전업주부로 10년,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장사를 해야 할 상황이 됐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하루가 다르게 시스템이 달라지고 트렌드도 바뀌는 세상에서 그 어렵다는 외식업 창업이라니, 몹시 불안했다. 

심지어 카페 운영은 윤 점주의 의지도 아니었다. 남편이 분양받은 매장을 경매나 임대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18년 9월 입주가 시작되면서 카페가 들어온다더니 언제냐며 문의가 빗발치자 결국 직 접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오피스 상권이라서 중저가 커피 중 안정적인 브랜드를 찾아봤고, 그 중에서도 초보창업자를 잘 도와줄 수 있는 가맹본부로 <커피베이>를 택했다.

많은 브랜드와 미팅했지만 <커피베이>가 가장 창업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하고, 건의사항 등에 바로 피드백을 주곤 했다. 오픈을 준비하면서도 가맹계약시 얘기했던 그대로 진행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본사 직원들 모습에 더욱 신뢰하게 됐다.


본사가 하라는 대로만
문제는 운영을 맡을 가맹점주를 고용하는 것. 남편은 이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내인 윤 점주가 맡아야 했다. 다행히 본사 교육팀에게 많은 조언과 격려를 받으면서 윤성희 점주는 용기를 얻었다. 음료 만드는 게 어려워도 6개월이면 마스터한다, 매니저부터 둘 생각 하지 마라 금방 망한다, 매니저 쓸 생각이면 내가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등등.
 

커피베이 성수세종타워점 윤성희 점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커피베이 성수세종타워점 윤성희 점주 ⓒ 사진 이현석 팀장

돌아보니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됐다. 교육 받은 대로 음료를 만들고 고객을 응대하고, 특히 직원에 대한 대우도 조언대로 따랐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음료를 마음껏 마시도록 허용하고, 대신 직접 만들게 하라. 다 마셔봐야 고객 응대도 더 잘 하니까 아까워하지 말라’ 조언을 따른 덕분에 윤 점주는 ‘좋은 사장님’이 됐고 아르바이트생들도 열심히 일해주고 있어서 오픈과 마감까지 맡길 정도다.

“다른 사람들은 카페 운영이 꿈이라고도 하던데, 그런 이야기들도 창업한 다음에야 알았어요. 커피 맛도 모르면서 어떻게 카페를 운영하나 걱정만 가득했죠. 커피 음료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본사에 전화해서 음료 이름이라도 외우고 교육받으러 가겠다고 할 정도였죠, 하하.”


고객에게 최선의 대우를
처음 6개월 동안은 매장에 하루종일 있었는데, 지금은 점심 피크 때 와서 3시 정도에 퇴근한다. 워낙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오픈한 터라 적자를 각오했는데 생각보다 수익이 괜찮았다. 윤 점주가 일에 익숙해질수록 매출도 점점 올라갔다. “남편은 자기 사업하느라 <커피베이> 운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아요. 남편과 임대차계약서도 썼고, 매월 임대료도 내고 있어요. 즐겁게 내고 있죠, 하하.”

윤 점주의 카페 창업 소식에 딸은 “커피도 싫고 카페 가는 것도 싫다던 엄마가?” 친구들은 “남편 사업이 망했나?”라면서 놀랐다고. 누구보다 놀란 건 윤 점주 자신이다. 10년 만에 다시 시작한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뀌고, 퇴근하고 오면 아이들도 집안일을 도와주고, 같은 직장인으로서 남편을 더욱 이해하고, 치매인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됐다.

자아실현에 경제력까지 누리게 됐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윤 점주는 남들처럼 2호점을 내거나, 자기 브랜드를 개발하는 거창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방문하는 고객에게 친절하고, 맛있는 음료를 깨끗한 환경에서 편하게 드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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