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 앞에 떳떳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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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 앞에 떳떳한 음식
  • 김민정 부장
  • 승인 2020.07.03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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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특집Ⅰ백년가게에서 배우다 : <선동보리밥> 이부영 대표

작은 체구에 순한 인상이지만 고객 밥상에 올라가는 재료에 한 가지라도 소홀하게 대하면 불호령을 내렸다. 오이나 호박 같은 채소도 물에 한번 담갔다 빼고 다 씻었다고 했다간 바구니째 던져버렸다. <선동보리밥> 이부영 대표는 ‘만인이 먹는 밥상’에 대한 경건한 자세로 30년 이상 식당을 운영했다. 이제 이부영 대표의 아들이 뒤를 따르며 백년 이상 오래 갈 맛집을 이어갈 계획이다.

선동보리밥 이부영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선동보리밥 이부영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음식 만들 때는 경건하게 
1987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식당을 운영해온 이부영 대표. 양심껏 좋은 재료로 집밥처럼 속편한 음식을 만들어왔다.

“지겹다, 하기 싫다, 이런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손님이 잘 먹었다는 말 한 마디에 피로가 싹 녹아요. 매일 아침 7시에 나와서 항상 기도하며 만들었어요. 손님이 맛있게 드시고 편안하게 집에 가시라고요.”

<선동보리밥>은 대한민국 유명인사들이 한번씩은 다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대기업 회장, 장관, 교수들을 비롯해 도올 김용옥 교수는 그림과 글씨를 걸어줄 정도로 단골이다. 명사 고객들은 이런 식당이 장수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일 있음 얘기해라”라고도 했지만, 이부영 대표는 ‘단골고객에게 폐끼치면 안 된다’라면서 주변의 시비가 있어도 혼자 해결했다. 주변에서 “저렇게 자그마한 아줌마가 어떻게 혼자 저렇게 잘 운영하냐”라며 놀랄 정도였다.

“음식 장사를 시작하겠다고 한 날, 친정 아버지께서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을 해라. 만인이 먹을 건데 잘못하면 3대가 망한다’라고 하셨어요. 그때 그 말씀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어요. 음식을 할 때는 늘 경건한 마음으로 합니다.”

선동보리밥  ⓒ 사진 이현석 팀장
선동보리밥 ⓒ 사진 이현석 팀장

 

성북동 대표 맛집 
친정과 시댁 모두 학식과 부를 갖춘 집안에서 장사, 그것도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부영 대표 한 사람이었다.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두겠다던 남편이 미국에 간 뒤 연락이 끊기자 아이들을 위해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다. 친정에서 지원을 해준 덕분에 삼선교 근처에서 백반집을 열 수 있었다. 백반집에서 갈빗집으로, 칼국수집을 거쳐 지금의 보리밥 전문점 <선동보리밥>까지 33년동안 식당을 운영해왔다. <선동보리밥>은 이제 성북동 명물이자 백년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백년가게’로 지정되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백년가게’는 신문에서 보고 이 대표가 직접 신청했다. 선정 기준과 심사 과정이 까다로워서 노포는 많지만 ‘백년가게’로 선정된 곳은 많지 않다. <선동보리밥>도 우여곡절을 거쳐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3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가게만 신청할 수 있어요. 30년 전부터 시작했다는 걸 증명할 서류가 있어야 합니다. 증빙 서류를 떼려고 세무서에 가보니 중간에 사업자가 친정 어머니로 변경된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문서 자료도 저장되지만 옛날 서류는 10년마다 폐기시켜서 자료가 남아있질 않았어요. 다행히도 성북구청 위생과에서 매년 점검했던 기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동보리밥  ⓒ 사진 이현석 팀장
선동보리밥 ⓒ 사진 이현석 팀장

 

3대가 흥할 식당 
30년 이상 식당을 운영하면서 사람 때문에 힘든 일도 많았고 사람 덕분에 고마운 일도 많았다. 그동안 이 대표 의지와 달리 식당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인 적도 여러 차례였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몇배로 올리기도 했고, 경쟁 식당에서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때마다 단골 고객들이 나서서 도와줬다.

폐업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 단골 고객들이 “자리를 내줄테니 여기서 장사하라”라는 권유가 빗발쳤다. “좋은 마음 갖고 살아서 신이 행운을 주신 것 같다”라면서 이 대표는 열심히 할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걸 실감했다고. 그는 식재료를 고르고 손질하는 과정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첫째는 청결, 두 번째는 좋은 재료, 세 번째는 정성이다.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해라, 집에서 네 자식한테 네 남편한테 이거 먹이겠냐, 이 덕이 다 자신에게 돌아간다, 이렇게 말했어요. 오이도 덜 씻으면 농약 냄새가 나요. 그럼 직원들한테 가져가서 먹어라 손님 상에 못낸다, 그랬어요. 지금은 그런 일이 없죠.”

지난해부터는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이 함께 일하면서 대를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만둔다 소리에 “여기 와서 하라”며 나서준 고객들에게 이젠 안심하시라고 전할 수 있다. 


 

선동보리밥  ⓒ 사진 이현석 팀장
선동보리밥 ⓒ 사진 이현석 팀장

 

01. 백년가게의 자랑

1. 배부르게 먹어도 속이 편한 건강한 음식
2. 성북동 경관을 누릴 수 있는 위치
3. 점잖고 명망 있는 단골 고객들

02. 창업자에게 바란다

식당 운영에 있어 청결, 좋은 식재료, 정성은 기본입니다.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
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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