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직업이 되는 ‘덕업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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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직업이 되는 ‘덕업일치’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0.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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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입일치’는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의미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덕질은 일본어 오타쿠(Otaku)를 한국식으로 바꿔 부르는 ‘오덕후’의 줄임말인 덕후에서 파생한 단어로 좋아하는 분야나 일에 몰두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떤 분야에 전문가 이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덕후의 덕업일치는 창업시장에서 하나의 창업 형태로 주목 받고 있다.   

 

재미가 밥 먹여주는 시대
덕후는 관심을 취미로 발전시키고 취미를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시킨 사람이다. 덕후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도라고 할 수 있다. 

덕업일치로 유명한 덕후 중 한 명은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이다. 프리랜서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그는 평소 연주를 다닐 때에도 직접 볶은 원두와 커피 기계를 가지고 다닐 만큼 커피 덕후로 알려져 있었다. 음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어렵게 되자 그는 평소 좋아했던 커피 일을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친구 집 차고에서 첫 매장을 오픈한 제임스 프리먼은 최적의 로스팅을 찾기 위해 초 단위로 원두를 볶고 고객 취향에 맞는 맞춤형 원두를 집까지 가져가 즉석에서 커피를 내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세상에 없던 커피’로 유명해진 <블루보틀>은 제3의 커피물결을 주도한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덕업일치의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적인 뷰티기업 로레알그룹에 4,000억원에 매각된 쇼핑몰 <스타일난다>가 있다. 2005년 20대 초반에 쇼핑몰의 원조격인 <스타일난다>를 창업한 김소희 전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하루 3시간만 자면서 쇼핑몰을 꾸린 것으로 유명하다. 과감하게 행동하며 10여년 간 자신의 가치관을 녹여 쇼핑몰을 경영할 수 있었던 것은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떡볶이 무한리필 뷔페 <두끼떡볶이>도 떡볶이 덕후였던 김관훈 대표가 창업한 프랜차이즈다. 어린 시절부터 동네 떡복이 포장마차의 단골손님이었던 그는 어른이 되어 2011년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좋아하는 떡볶이 가게를 차렸다. 창업 전 네이버 카페 ‘떡볶이의 모든 것’을 개설해 회원들과 떡볶이 맛집을 탐방하고 지자체에 떡볶이 관련 축제를 제안하는 등 떡볶이와 관련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하비프러너가 되는 과정
덕업일치는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창업의 형태이지만 최근 밀레니얼 세대로 접어들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싫은 것을 참고 일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재미를 직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두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일하면서 재미도 얻고 성장도 하고 싶어 한다. 직업에 대한 가치가 달라지기도 했다. 기성세대에게 일이 먹고 사는 수단이었다면 청년들에게는 일이 자아실현을 완성할 도구다. 그들은 나만의 재미로 새로운 성공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나에게 다가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으로 일에 접근한다. 클라우딩 펀딩 등 자금 조달 방식도 더욱 다양해졌다.

밀레니얼 세대뿐 아니라 오랫동안 취미생활을 영위해 온 중년층에게도 취미 창업은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캠핑, 등산, 자전거 등 오랫동안 즐겨온 취미를 직업화하거나 같은 취미를 가진 덕후를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을 연구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은퇴나 퇴사 후 ‘호큐페이션(Hoccupation: 취미(Hobby)와 직업(Occupation)을 결합한 단어)’이 되기 위해 퇴근 후 새로운 취미를 꾸준히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려면 실력과 전문성 못지않게 인맥이나 정보 수집 등을 통해 프로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디어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행력을 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입을 모은다. 취미를 직업으로 발전시킨 창업을 뜻하는 ‘하비프러너(Hobby-Preneur)’는 일종의 안내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 탁월하게 잘해야 직업으로 이어진다. 취미 창업의 시기는 전문성이 충분히 쌓이고 사업 모델에 대한 분석이 생겼을 때다. 특히 창업 초반에는 수요와 소득이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으므로 인내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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