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맛, 형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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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맛, 형제의 힘
  • 김민정 부장
  • 승인 2020.03.19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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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떡집> 최대로 대표

1958년 종로 흥인제분소를 시작으로 60년이 넘은 <경기떡집>. 좋은 재료로 맛을 내는 것이 아버지 대의 목표였다면, 아들들이 이어받은 지금은 글로벌 입맛을 사로잡을 디저트 개발이 목표다. 마케팅 담당인 최대로 대표는 형제들과 함께 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경기떡집 ⓒ 사진 김효진 기자
경기떡집 ⓒ 사진 김효진 기자

 

서울시가 지정한 ‘오래가게’이기도 한 <경기떡집>. 1958년 종로 흥인제분소를 시작으로 망원동에서는 16년째인 <경기떡집>은 가게를 오래 지켜온 것 뿐 아니라 자녀들이 대를 이은 걸로도 유명하다. 1대 최길선 대표에 이어 아들 4형제 중 3명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다. 장남인 최대로 대표는 부친의 대를 이은 <경기떡집>을 글로벌화한다는 원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완전체 형제가 대를 있다
‘노포’+‘대를 이은 가게’+‘맛’으로 유명한 <경기떡집>. 우연한 기회에 방송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삼형제가 함께 떡을 만들어내고 가게를 운영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명받았다. 요즘 세상에 아버지 일을 아들이, 한 명도 아니고 삼형제가 나서다니. 장남인 최대로 대표가 군 전역 후 세 아들 중 가장 늦게 합류했다.

“떡 만드는 방법을 잘 배워서 사업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1년 정도 하니까 재미있고 사명감도 생겼습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가족들과 함께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만 잘하면 되니까요, 하하.”

최대로 대표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기떡집>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아버지가 운영할 때는 좋은 재료로 맛있게 만들어서 많이 파는 것이 목표이자 성공이었지만, 지금은 그 외의 부분도 신경을 써야했다. 포장도 예쁘게, 명절세트도 멋지게 만들고, 시식도 마음껏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위생과 청결에도 특히 주의를 기울여서 1달에 한 번 전문 위생업체의 점검을 받는다.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지고 있으니 재무담당으로 둘째만 오면 ‘완전체’가 된다. 최대로 대표가 열심히 설득 중이라고.

 

경기떡집 최대로 대표 ⓒ 사진 김효진 기자
경기떡집 최대로 대표 ⓒ 사진 김효진 기자


역할 분담은 확실하게
“어릴 땐 싫었어요. 학원 가면 참기름 볶는 냄새 난다고 해서 어린 마음에 부끄러웠어요. 왜 우리는 멋진 빵집을 하지 않고 떡집을 하나 싶었죠. 일이 고되기도 하니까 어머니도 ‘너넨 넥타이 매는 일 해라’라고 당부하실 정도였어요.”

최대로 대표는 원래 떡집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었다. 14살부터 아버지 손에 이끌려 시작한 셋째, 17살부터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막내와 달리 서른이 넘어서야 입문한 것도 핸디캡이었다. 떡을 만드는 기술로는 한참 후배이고 보니 동생들에게 혼나는 게 일이었다.

아이큐 150 이상만 입회 가능하다는 멘사 회원도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고 배달간다는 핑계를 대고 나갔다가 충동적으로 시험을 치른 결과였다. ‘일머리 없다’는 구박을 받다가 단숨에 자존감을 회복했다. 현장보다는 이론 쪽이 적성에 맞는다는 결론을 얻어 생산은 동생들이, 최대로 대표는 마케팅과 관리를 담당하게 됐다. 한의대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떡을 비롯한 전통음식과 접목할 방법도 찾고 있다.

 


세계 진출을 꿈꾸다 
노포인 동시에 맛집으로도 유명한 <경기떡집>은 특히 찰떡에 거피 팥소를 붙여 만든 특이한 모양의 이북식인절미 ‘이티떡’이 유명하다. 거피낸 팥소도 전대 대표인 아버지가 만든 게 더 맛있다고. 

“아버지도 여전히 떡을 만들고 계십니다. 일일이 컨펌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안해도 되겠구나’라고 하세요. 아버지와 함께 미숫가루 쿠키 등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할 생각입니다.”

백화점 입점에 망원동 핫플레이스 등 활약 중이지만 최대로 대표는 <경기떡집>을 더 크게 확장할 뜻이 없다. 커피 프랜차이즈처럼 확장할 만한 아이템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경기떡집>은 지금의 규모와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며, 새로운 디저트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크루와상 등 빵과 디저트로 유명한 파티시에들과 협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전통 식재료를 사용해 음료, 떡, 초콜릿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대로 대표는 전 세계에 떡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일본 스시, 프랑스 마카롱 등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가족과 함께라면 금방 이룰 수 있을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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