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고 티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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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짓고 티우리다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8.07.2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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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짓고티우림> 노환희 대표
▲ <밥짓고티우림> 노환희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밥짓고티우림>은 100년 넘은 한옥을 터전으로 한다. 노환희 대표는 처음부터 한옥이 주는 편안함이 좋았다. 도심 속의 외곽 같은 이 공간에서 그녀는 8년간 밥을 짓고 티를 우려 왔다. 

노환희 대표가 성북동에서 <밥짓고티우림>을 운영해온지 올해로 8년째다. 2011년 9월 20일 가게를 오픈해 운영해오는 사이 즐거운 일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옥이라는 공간의 힘 
<밥짓고티우림>은 ‘서울 시내에 아지트 같은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노환희 대표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의상천연염색을 전공한 그녀는 제주, 부산, 지리산 등 공기 좋은 지역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가장 좋은 물건들은 수요가 많은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 좋아하는 집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도 안타까웠다. 그런 이유로 서울을 선택했다는 노 대표.

“처음에는 한옥을 옛 한옥으로 복구하는데 시간을 들였다”는 그는 새어나가는 열을 막기 위해 기존에 막아놓은 천장부터 오픈했다. 서까래 작업을 다시 하고 토기관을 파이프로 교체했다. 구석구석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두 번째 리모델링을 한 건 가게를 운영하다 한옥의 진짜 주인이 되면서다. “처음부터 찻집에서 밥을 파는 콘셉트로 시작해 식당을 위한 구조가 아니었어요. 옛것도 좋지만 머물 때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갖춰야 했어요.” 과거 <밥짓고티우림>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형태였다.

손님도 직원도 불편한 구조였다. 그녀는 인테리어와 서비스에 변화를 줬다. 냉장고만 10대가 넘어 저장 공간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그녀는 마당을 지하창고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거대한 벙커 형식이다. 한식은 재료가 중요하고 각 시기에 가장 좋은 재료를 어떻게 비축하는지가 맛의 노하우가 되기 때문이다. 

 

소화가 잘 되는 밥집
노 대표는 처음부터 밥집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밥을 제공하는 카페’가 콘셉트였다. 그런데 실제로 밥이 90% 이상 팔려 ‘티우림’보다는 ‘밥짓고’의 일이 더 많아졌다. “저도 몰랐는데 제 안에 밥을 짓는 본능이 있었나 봐요.” 한식을 하면서 밥만큼은 가마솥에 하고 싶었다.

전라도에서 공수해 오는 연잎에 밥을 싸서 쪄내고 제철 재료로 담근 장아찌와 함께 낸다. 그녀가 직접 만든 장아찌는 그 종류만 10가지가 넘는다. 한약재를 넣어 만든 보쌈정식도 1인 메뉴로 인기다. 단체 손님들은 티우림 정식이라는 코스요리를 많이 찾는다. 식사 후에는 차를 2000원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있어 다들 식후 차로 마무리를 한다. “원래 차를 주종으로 하던 곳이라 차의 퀄리티가 훌륭하다”고 말하는 노 대표는 “한 번 마셔본 사람은 계속 찾는다”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밥짓고티우림>에는 단골층이 많다.

노 대표는 성별과 나이와 성향에 따라 밥과 반찬의 양, 재료의 부위에 차이를 준다. 무조건 많은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원하는 만큼 나왔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호흡이 매력 있고 즐겁고 행복하다는 노 대표. “음식은 대단한 것보다 고객에게 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큰 프랜차이즈는 대중의 기호에 맞추겠지만 개인가게에서는 친밀도 있는 음식을 하면 좋지 않을까요. 아지트 같은 느낌으로요.” 

 

▲ <밥짓고티우림> 노환희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힘을 내서 밀고 나가기
“창업을 할 때는 본인 성향과 행복감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잘하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거죠. 저는 음식을 만드는 데서 행복을 느끼고 나누는 것에 기쁨을 느껴요.” 그러나 늘 행복만 있었던 건 아니다. 8년간 주인만 3번 바뀌었고 법 공부도 많이 했다.

식당을 운영한 지 5년째 될 때 뒤를 돌아보니 창업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익이 남아 있었다.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건 어려워요. 그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노 대표는 그렇기에 창업을 할 때는 성향과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통계학적인 이익 분석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를 분석하고 시작하길 권했다. “외식업을 시작하면 ‘누구나 밥은 먹으니까’라고 생각하는데 성북구만 해도 인구밀도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가게만 늘었어요.

외식비율이 높아진 것도 아니고요. 창업 후에 힘을 내서 밀고 나가야 오래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노 대표의 꿈은 한 마을의 동네 이장이다. 그 전에 먼저 <밥짓고티우림>이 전국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무엇을 하든 긍정 마인드가 중요해요. 뭘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그게 옳다고 생각되면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밀어붙이는 힘이 필요하죠. 저도 이 일을 시작할 때 95%가 아니라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저는 잘 밀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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