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품목 가격 공개 최종심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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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품목 가격 공개 최종심의 통과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8.03.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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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공정위 벌어지는 간극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프랜차이즈 필수품목 가격 공개 법령 개정안이 최종심의를 통과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공급하는 ‘필수품목’의 가격 공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와 공정위간의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필수품목 공급가 공개하라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의결했다. 필수품목 가격 공개 법령 개정안은 가맹 본부가 납품업체로부터 구입한 가격에서 가맹점에 공급한 가격의 차이인 ‘차액가맹금’을 부당 이익으로 편취하고 있으니 차액인 마진을 공개하라는 것이 주 내용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해 9월 ▲필수물품을 통한 가맹금의 수취 여부 ▲필수물품별 공급가격 상·하한 ▲가맹점사업자별 평균 가맹금 지급 규모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비율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부 가맹본부들이 필수품목 범위를 자의적으로 폭넓게 정해 가맹금을 과도하게 챙기는 폐단을 막고 거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규개위는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공급가격 상·하한을 공개하도록 한 조항을 품목별 평균인 중위가격을 공개하는 쪽으로 수정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제공하는 필수품목의 정보공개사항을 확대해야 할 전망이다. 


협회, 위헌소송 준비 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영업 비밀을 노출하는 것이라며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각살우, 자칫 소의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임영태 사무총장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며 협회 회원사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원가공개는 사실상 기업의 영업비밀, 시장자유경제 질서를 침해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맹본부의 공급단가를 공개할 경우 불특정다수 일반 대중들에게 그대로 공개한다는 것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가맹본부뿐 아니라 가맹점사업자의 정당한 이익도 침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입법예고 때 이미 업계의견을 수렴해 반영했고, 영업비밀 등 과도하다는 부분은 제외해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하한가 공개의 경우였어도 특정가격이 아닌 가격범위에 해당하는 만큼 영업비밀성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협회는 프랜차이즈 생태계에 대한 오해를 푸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차후 위헌소송을 감행해서라도 적극 문제제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언론 및 단체의 지지를 받으며 이미 가맹점주들이 본사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감시가 확대된 상태인데 이번과 같은 정책 방향은 로열티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프랜차이즈의 독창적 수익모델을 무시하고 틀에 껴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장기적 안목 필요
공정위는 지난해 7월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대상으로 본부 또는 본부가 지정한 사업자로부터 원 · 부재료를 구입하도록 요구하는 품목(구입 요구 품목)에 관한 거래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구입요구품목의 유통마진을 통해 일부라도 가맹금을 수취하고 있는 가맹본부는 94%에 달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본사가 물류유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이며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가맹점 입장에서는 이번 심의 통과에 대해 반색을 표하고 있다. 한 외식업 브랜드의 가맹점주는 45%의 높은 원가율을 예로 들었다. 재료비, 인건비, 카드수수료까지 포함하면 8000원짜리 물품을 팔아도 남는 건 2000원 남짓이라는 것. 식재료뿐 아니라 쇼핑백 같은 부자재 경우도 시중가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성만프랜차이즈법률원 가맹거래사는 “본사의 물품 공급가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부당하게 마진을 취하는 본사가 줄어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로열티 문화를 통해 투명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현재 불투명한 공급가를 공개하고 로열티 제도가 안착될 시 가맹점주들이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유독 프랜차이즈 업계에만 이러한 규제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에 가맹사업법은 프랜차이즈 업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독 프랜차이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다른 업계 또한 부당한 거래가 있을 시 특별법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도 있는 논의 부족
하지만 이에 대해 세종대학교 FCMBA 프랜차이즈 이성훈 주임교수는 이 문제를 “마케팅과 유통 총비용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기업이 로열티로 운영돼야 한다고 하나 로열티가 프랜차이즈 산업의 유일한 수익 모델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는 전적으로 프랜차이즈 기업의 독창적 수익모델로 기업에서 결정할 문제이며 이는 기업의 합리적 이윤 동기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급하는 제품의 차별성, 가맹점이 직접 구매할 경우 발생할 구매비용과 기회비용을 고려해 볼 것을 강조했다. 쇼핑백을 예로 들 때 가맹점에서 직접 이를 생산하는 비용과 브랜드의 로고를 사용하며 얻는 가치 등을 따져볼 수 있다. 상품을 검은색 봉지에 담아주는 것과 비교한다면 더욱 확실한 비교가 가능하다. 즉 차액가맹금, 마진이라 불리는 것에는 품질, 제작, 마케팅 활동, 브랜드의 가치 등 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독창적 수익모델을 개발해 마진을 추구하는 것을 죄악으로 보는 것은 명품 기업과 벤처기업 또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이번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갑을 관계 프레임으로 엮어 포퓰리즘성 정책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산업 위축만 초래할 뿐이다”라는 우려를 표했다. 현재 이 밖에도 관계법상 필수품목 산정 기준이 없어 같은 업종이라 하더라도 필수품목 항목과 수가 각각 다른 상황이고 이에 따른 상대적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더불어 개정안은 가맹사업법의 규제를 받는 업체들에 적용되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되는 직영점 위주인 외국계 브랜드와의 역차별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업계 측과 공정위의 입장차이가 팽팽한 가운데 이번 가격 공개 법령 개정안에 남는 아쉬움은 한 산업의 경제적 패러다임을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업계·전문가와 심도 있는 논의가 거쳐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차후 남은 과정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뿐이며 시행령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내년 1월 1일부로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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