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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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변호사
  • 임나경 편집국장
  • 승인 2017.12.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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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과 창업

프랜차이즈 변호사로서 가맹점주나 가맹본부들을 대리해서 소송 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 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신청 등 법률상 대리를 하는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사례들을 싣는다. 이에 프랜차이즈 본부는 물론 예비창업자, 가맹점주들이 무분별한 창업으로 인해 더 이상 불공정 피해사례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창업 
어제 59세의 황만근 씨가 상담을 왔다.
굳이 나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황만근 씨가 편의점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황만근 씨가 운영하는 00편의점은 하루 매출이 180만원 정도, 한달 매출이 5400만원 정도인데 실제 수익은 130~14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부와 딸이 매달려 운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적자인 셈이다. 편의점 본사와 5년 동안 운영하기로 계약했고, 일을 시작한지는 6개월 정도 되었다. 지금 편의점을 그만두면 8000만원 정도의 위약금과 위약벌을 내야 한다, 본사가 계약 당시 제시한 예상매출액은 하루 평균 300만원 정도였는데 이 예상의 60% 정도만 매출이 나오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는지 물어 봤다. 

그런데 만약 소송이 어렵고, 어쩔 수 없이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편의점을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 편의점을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아내는 병이 나서 입원했고, 본인도 “죽을 것 같다”. “사는 게 고통이다”라고 호소했다.
중년 이후 창업하는 분들이 가장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라이프스타일과 적성이다.
대부분 ‛이 장사를 하면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나’에 관심이 있지, 내가 하루에 몇 시간 일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노동 강도로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장사를 해보면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내 삶의 질이다.


창업자의 성향과 자질에 맞는 아이템인가  
필자의 한 지인은 프랜차이즈 빵집을 한다. 그 업종을 선택한 이유가 당시 TV드라마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경영하는 역할로 나온 여배우 때문이었다. 드라마처럼 럭셔리하게 차려 입고 우아하게 친구들을 불러 커피를 마시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 해보니 새벽부터 나와서 빵에 토핑을 올리고 수백 개의 빵을 개별 포장도 해야 하는 등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재고 파악과 회계 계산도 해야 해서 스트레스도 받았다. 하루 종일 가게에 있어야 하고 아르바이트 학생이 갑자기 안 나오면 저녁에도 대신 나와서 일해야 하므로 가정생활도 힘들고 자녀들 교육에도 소홀하게 됐다고 불평한다.  

40대가 넘어가면 각자 추구하는 삶의 양식이 어느 정도 정해진다. 일터는 우리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40년 가까이 대기업에서 관리업무에 종사하다가 갑자기 홀서빙을 보며 손님을 접대하고 주방 아줌마가 안 나오면 설거지도 하는 족발집을 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은행이나 대기업 출신의 자영업자들이 외식업 프랜차이즈를 하는 경우 불만이 많고 만족도가 낮다. 필자가 아는 외식업을 하는 가맹본부 사장은 예비 가맹점주를 뽑을 때 은행원과 대기업 출신은 기피한다고 한다. 여러 예비창업자들 중에서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가맹본부들은 적성 검사를 실시해 자신의 업종에 잘 맞는 성격이나 자질을 가진 사람을 고르고자 하는 경향이 많다.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가맹본부와 잘 맞는 좋은 점주를 고르는 것이 중요해지고, 불평불만이 많은 가맹점주들에 대한 관리 비용이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입시 시즌이다. 가정과 학교의 보호를 받으며 공부만 하다가 갑자기 진로를 결정해야 할 고3 말의 시기는 참 막막하다. 장사를 해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 갑자기 식당을 하거나 세탁소, 치킨집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인생의 커다란 전기이며, 갈림길이다. 그렇다면 창업을 결정하신 분들은 처음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자신을 알고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 돈은 적게 벌더라도 하루에 5~6시간만 일하고 시간을 여유 있게 쓰고 싶은지, 자신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지, 아니면 인력이나 재고관리 등의 업무가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요즘은 직업 적성검사를 무료로 해 주는 기관도 많이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창업을 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은 싫어하는지 알아보는 것은 그만큼 진지한 태도로 인생을 임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노력을 하는 사람은 실패 확률이 낮다.

 

 

법무법인 호율의 배선경 변호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8기를 수료했다. 프랜차이즈 관련 소송 수행, 가맹거래 관련 분쟁조정 업무, 공정거래위원회 관련업무, 가맹본부 자문업무, 공정거래위원회 및 조정원 관련 업무, 한국진출 외국 프랜차이즈 기업의 자문, 정보공개서 및 가맹계약서 자문, 가맹본사 직원 교육 등의 업무를 해오며, 업종에 상관없이 다양한 프랜차이즈 기업의 법률자문을 해오고 있다. e-mail hoyul222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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